12일 오전 윤 대통령 대국민 담화
대구지역 각계각층 볼멘소리
달성군에선 尹 결단 지지하기도
'보수의 성지' 대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심상치 않다.
12일 오전 10시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 대통령이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을 두고 지역 각계각층에서 볼멘소리가 쏟아졌다.
비상계엄 사태 후 윤 대통령의 각종 행보를 두고 대구시민들의 반응이 대체로 호의적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날 국민 담화는 '잔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정 마비의 망국적 비상 상황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대통령 법적 권한으로 행사한 비상계엄 조치는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다"며 "지금 여기저기서 '광란의 칼춤'을 추는 사람들은 나라가 이 상태에 오기까지 어디서 뭘했나"고 성토했다.
하지만 대구시민들 반응은 싸늘했다.
간호사 권모씨는 "윤 대통령 담화문 발표 후 병원이 시끌벅적했다"며 "비상계엄 포고문에서 의료인을 '처단대상'으로 지목했는데, 오늘 담화문에서 계엄령의 정당성만 강조하는 모습을 본 병원 동료들의 반발이 컸다"고 했다.
대학생 김모씨는 "윤 대통령이 담화에서 야당이 예산을 깎은 점을 문제삼았는데 애초에 대통령실도 예산과 관련해서 야당과 협치하려는 의지조차 없지 않았냐"며 "앞으로 여당 내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의원들도 등을 돌릴 것 같다"며 "이번만큼은 국민에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줬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 사태의 심각성을 꼬집으면서도 착잡한 마음을 내비친 이들도 있었다.
자영업자 황모씨는 "계엄선포가 너무했다는 생각엔 변함없다"면서도 "오늘 담화를 통해 윤 대통령이 자기 입장을 어느 정도 표현한 것 같다. 비정상적인 행위를 했지만, 대통령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반면 달성군에선 다소 결이 달랐다. 대체로 윤 대통령의 결단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우세했다. 탄핵을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고, 보수 성향 유권자가 다수인 지역적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가창면 한 사회단체장(68)은 "윤 대통령 담화를 듣고 나라를 위한 진심이 느껴졌다"며 "이번 일이 계기가 돼 대한민국이 바로 서길 바란다"고 했다. 구지면 한 사회단체장(66)은 "탄핵문제는 정치권이 대화를 통해 문제를 잘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승규 기자 kang@yeongnam.com
장태훈·조윤화·구경모 수습기자
강승규 기자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