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탄핵 책임론 분출, 한동훈 지도부 사실상 붕괴 수순
민주 조기 대선 체제로 나설 듯
이재명 사법리스크 야권에도 부담
야권 잠룡들 행보에 정치권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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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총회에 참석한 뒤 차를 타고 퇴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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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대선 정국 속에서 독주체제를 굳혀 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한민국에 불어온 위기의 바람을 멈추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대혼란에 빠졌다. 국민의힘이 탄핵소추안 표결에 앞서 당 의원총회에서 기존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이탈표가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할 수 없는 갈등이다. 탄핵에 반대했던 한 지역 의원은 "배신자들"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고, 또 다른 의원은 "동지와 당을 외면하고 범죄자에게 희열을 안긴 그런 이기주의자와는 함께 할 수없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윤 대통령 탄핵안을 막지 못한 국민의힘 내부의 분노는 사실상 한동훈 대표를 향하고 있다. 나경원 의원은 15일 자신의 SNS에 "탄핵 표결 전 언론 기사 63건만으로 탄핵하는 것은 아니다, 차분히 절차를 진행하자고 한 대표를 설득했다"며 "그러나 기어이 한 대표는 속전속결 탄핵을 고집했다"고 비판했고 홍준표 대구시장도 SNS에 "소원대로 탄핵 소추됐으니 그만 사라지거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 대표를 향한 사퇴 요구가 강해지고 있지만, 한 대표는 사실상 당대표직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밝혔다. 하지만, 장동혁·김재원·김민전·인요한·진종오 등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전원이 사의를 표하면서 '한동훈 체제'는 붕괴 수순을 맞았다. 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면 최고위원회는 자동으로 해산되고, 비상대책위원회가 들어서게 된다. 여기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당 지도부 총사퇴를 결의하면서 한 대표를 향한 사퇴 압박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한 조기 대선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만약 헌재가 윤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면 그로부터 60일 이내에 대선이 치러진다. 이에 민주당은 탄핵 정국을 계속 끌고 가면서 이 대표를 야권 단일 대선 후보로 밀어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민주당 입장에서도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부담이다. 현재 이 대표는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위증 교사 사건 외에도 대장동·백현동·위례·성남FC 사건, 불법 대북 송금 사건,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사건 등 모두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 향후 국민의힘에서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집요하게 공격할 것으로 보여 정치권의 화두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정치권에선 이 대표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야권 잠룡들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라고 있다. 최근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당 외곽에서 숨죽이고 있던 야권 주자들이 슬슬 존재감을 다시 드러내고 있다. 이른바 '원외 3김'으로 불리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각자 다른 곳에서 탄핵 집회에 참여하는 등 당원 및 대중들과의 접촉면을 늘리고 있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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