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증원으로 의료과잉경쟁 걱정
상속세율도 최고 60% '세계최고 수준'
미국, 캐나다 등 영어권국가 이주 고민
〈게티이미지뱅크〉 |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불안한 국정 운영, 상속·증여세 부담 등이 맞물리며 대구지역 전문직 종사자들이 이민을 고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안정적 의료 환경과 자녀 교육을 감안, 캐나다 등 영어권 국가를 선택하는 이들이 점차 느는 추세다.
22일 외교부에 따르면 2018년~2022년까지 해외 이주자는 총 1만7천664명이다. 2000년대 초반까진 연간 1만명을 웃돌았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이 업습했던 2020년에는 1천941명으로 급감했다. 2021년(2천15명)과 2022년(2천632명)엔 다시 증가세다. 또 결혼 등 친족 관계를 기초로 이주하는 연고 이주자는 1천938명, 외국 기업 취업이나 사업 이주 등의 사유로 이주한 무연고 이주자는 1천1명으로 집계됐다. 이주자 중 1만4천725명은 해외 이주가 아닌 현지 이주자였다. 다른 목적으로 출국후 현지에 머물다 영주권이나 그에 준하는 장기체류 자격을 취득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의미다.
가장 많이 이민을 선택한 국가는 미국(8천458명·47.9%)이었다. 이어 캐나다(3천553명·20.1%), 호주(1천415명·8.0%), 일본(1천150명·6.5%), 뉴질랜드(722명·4.1%) 순이었다. 영어권 국가인 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를 합치면 전체의 80.1%에 달한다. 이 국가들은 이미 많은 한국인이 정착해 있다. 적응이 용이하고 자녀 교육과 복지, 날씨 등 생활 환경이 양호하다는 점에서 선호도가 높다.
상속·증여세 부담이 큰 자산가들 역시 미국 투자이민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주한 미국 영사관이 발급한 투자이민(EB-5) 비자는 365건으로, 2022년(171건)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비자 발급 국가별 순위에서 한국은 중국·베트남·인도·대만에 이어 5위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60%(최대주주 할증 포함)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의 최고 상속세율은 40%로 낮은 편은 아니지만, 1천361만 달러(약 190억 원)까지 공제가 가능해 상속세를 내는 비율이 0.1%도 되지 않는다. 이에 자산가들은 미국이나 상속세가 없는 싱가포르로 이민을 고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5월 호텔 인터불고 대구에서 열린 미국 투자이민 설명회는 큰 관심을 끌었다.미국 변호사와 이민 컨설턴트들이 투자이민 절차와 영주권 취득으로 얻을 수 있는 자녀 유학 혜택을 설명했다.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의대 정원 증원 등 정책 변화, 과도한 세금 부담 탓에 대구경북 지역 의사들도 이민에 관심이 많다"며 "현 상황이 지속되면 전문직 종사자 이탈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