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혼란과 경기 불황 속, 소소한 위안을 찾는 시민들
디자인과 행운의 상징성으로 연말연시 핫아이템 등극
온라인 중고거래 앱에 은행 달력 매매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중고거래 앱 캡처> |
새해를 앞두고 시중 은행들이 무료로 나눠주는 달력이 중고거래 시장에서 비싼 몸값에 팔려나가고 있다. 특히 올해는 국정 혼란과 경기불황이 겹친 탓에 시민들의 불안감이 크다. 이에 작은 위안과 희망을 담은 '은행 달력'을 찾는 이들이 더 늘었다. 은행 달력은 단순 홍보물을 넘어 이른바 돈이 붙는 '재산증식 ' 염원을 상징하는 물건으로도 인식되고 있다.
은행 달력은 매년 연말이면 누구에게나 무료로 제공된다. 하지만 배포 초기부터 은행 달력은 금세 동났다. 바쁜 직장인들은 달력을 받을 기회를 놓치기 일쑤다. 대구 달성군 화원읍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35)씨는 "농협 달력을 매년 사용했는데, 올해는 방문할 시간이 없어 못 구했다"며 "어쩔 수 없이 중고거래 앱에서 힘들게 샀다"고 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농협·iM뱅크(옛 대구은행)·신한은행 등 특정 은행의 달력이 1천~5천원에 거래된다. 희소성이 있는 디자인이나 한정판 달력은 이 가격 이상에서 거래된다. 한 번 쓰고 버리는 달력이 아니라 누군가에겐 꼭 필요한 물건으로 재평가받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은행 달력이 중고시장에서 각광 받는 것은 실용성과 감각적인 디자인에 있다. 탁상용은 작은 크기와 깔끔한 구성이, 벽걸이는 넉넉한 메모 공간이 어필된다. 이 때문에 달력은 일정 관리 도구로 애용된다. 특히 농협과 iM뱅크 달력은 고정 팬층이 있다. 깔끔한 레이아웃과 독특한 디자인 때문에 중고거래 시장에서도 가장 먼저 품절된다. 달성군청 A공무원(6급)은 "은행 달력은 실용적일 뿐만 아니라 디자인이 예뻐서 매년 기다려진다"며 "시간을 정리하고 계획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도구"라고 했다.
은행달력 인기에는 '행운'이라는 상징성이 있다는 점도 한 몫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은행 달력을 사용하면 재물이 들어온다', '행운을 불러오는 아이템'이라는 말들이 널리 퍼지고 있다. 새해를 맞아 복을 기원하는 마음이 담긴 소소한 소비 행태로 볼 수 있다. 한 중고거래 플랫폼 관계자는 "은행 달력은 사람들의 감정적 가치를 자극하는 물건"이라며 "연말연시에는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디자인 전문가인 김용민 경북기획 대표는 "은행 달력은 단순한 홍보물이 아닌, 한 해를 계획하고 기록하는 상징적 도구"라며 "기능적 가치를 넘어 개인의 시간과 이야기를 담아내는 물건으로 재포지셔닝되고 있다"고 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