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테니스 보다 돈 적게 들어"
2030 '러닝 크루' 결성 급증
함께 뛰며 성취감, 자신감 충전
지역별 마라톤 대회 출전까지
보여주기식 반짝 유행 시선도
지난해 5월 19일 영남일보 국제하프마라톤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이 달구벌대로를 달리고 있다. <영남일보 DB> |
지난해 4월 7일 대구스타디움 일원에서 열린 '2024대국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대구 수성구 유니버시아드로를 가득 메우며 달리고 있다. <영남일보 DB> |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레저백서 2022'에 따르면 2021년 국내 골프 인구는 564만명으로 2019년(470만명)보다 20.0%(94만명) 급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MZ세대의 대거 유입으로 골프 인구 및 산업이 급성장했음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당시 불가피하게 해외여행 수요가 줄고 전국적으로 스크린골프장이 대거 들어선 게 MZ 골프 열풍을 불러온 요인이 됐다. 하지만 MZ세대의 골프 열풍은 오래가지 못 했다. 고가의 골프용품과 그린피를 지속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2022년 후반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20~30대가 내놓은 골프채와 골프의류 매물이 대거 쏟아졌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프로 이대한 책임교수는 "골프는 클럽세트·골프화·골프가방 등 초기투자비용은 물론 연습장 이용료, 라운딩 비용, 교통비 등 비용이 만만찮다. 젊은 세대에게 여전히 고가의 스포츠로 인식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골프채를 던진 MZ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덜 드는 테니스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인스타그램에선 '테니스타그램'이라 이름붙인 태그를 달고 인증샷을 찍어 올리는 게 유행했다. 하지만 이도 잠시. 지난해 초부터 국내는 물론 해외 유명 마라톤대회를 섭렵하는 젊은 러닝족이 급증했다. 이재무 경북스포츠과학센터장은 "골프부터 테니스, 현재의 러닝 열풍을 추적하면 지속되는 기간은 1~2년 정도"라면서 "이 추세대로라면 러닝도 1년 후면 다른 스포츠로 교체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MZ는 스포츠 자체의 재미와 가치보다 SNS를 통한 콘텐츠 올리기에 집중하는 경향이 적잖다. 콘텐츠가 다 소비되면 다른 걸 찾는 것"이라면서 "이들의 스타일을 나쁘다고 볼 순 없지만 스포츠를 보여주기나 짧은 유행 정도로 치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대구에서 사업하는 20~30대로 구성된 러닝 크루인 '다왔다크루'. <영남일보 독자 제공> |
대구 러닝크루 '다왔다크루' 멤버들이 함께 뛰고 있다. <영남일보 독자 제공> |
직장인 김모(여·30)씨는 러닝을 시작한 지 3개월차 되는 '런린이'(달리기 초보)다. 퇴근 후 가볍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찾다 러닝이 시간 대비 효과가 좋다고 해 시작하게 됐다. 김씨는 주 2회 5㎞ 정도 집 근처에서 뛴다. 김씨는 "특별한 장비나 시설 없이도 어디서나 시작할 수 있다는 게 러닝의 장점"이라면서 "꾸준히 달리면서 목표를 달성했을 때 성취감과 자신감도 얻을 수 있다. 달리는 동안에는 잡생각이 사라져 정신이 맑아진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
러닝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러닝 크루'도 늘고 있다. 이들은 다른 사람과 함께 뛰고 재미를 찾는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의 '2024 연말 결산' 데이터에 따르면, 산책(워킹)·달리기(러닝) 등 키워드가 들어간 모임은 지난달 31일 기준 전년 대비 2.2배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20대(17%), 30대(29%), 40대(25%), 50대(20%) 순이었다.
여모(32)씨는 '다왔다크루'라는 러닝 크루를 결성해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크루는 대구에서 사업하는 20대 후반~30대 중반들이 멤버다. 총 6명이 부상 없이 꾸준하게 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 2~3회 페이스에 맞게 10㎞를 함께 뛰며, 일요일 저녁은 보강 운동으로 마무리한다. 여씨는 "혼자보단 함께 시작하면 동기부여도 되고 꾸준함이 생기는 것 같아 크루를 만들었다"면서 "러닝을 통해 사람들과 교류하고, 서로 러닝 목표를 공유하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MZ세대는 '마라톤대회'에도 적극 뛰어들고 있다. 오는 2월 개최되는 '2025년 대구마라톤대회'에는 총 4만130명이 참가 접수를 완료했다. 이 중 20대는 6천800여명(약 17%), 30대는 1만3천600여명(약 34%)으로 20·30대 비율이 51%에 달한다. 지난해 9월 열린 '제18회 달서하프마라톤대회' 참가자 8천633명 중 20·30대는 총 3천580명으로 약 41.5%를 차지했다. 지난해 5월 열린 '제17회 영남일보 국제하프마라톤대회'에서도 참가자 8천184명 중 3천545명(약 43%)이 20·30대였다.
지난해 10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도모(31)씨는 "열정 있는 사람들이 뛰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 좋았다"면서 "올해도 마라톤을 준비 중이다. 마라톤 대회 출전을 목표로 정하고 달리면 기록에도 욕심이 생긴다"고 했다.
러닝 관련 제품들을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대구 신세계백화점에서는 스포츠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약 7% 상승했다. 러닝 시즌(3~6월)에는 스포츠 전체 매출이 12%증가했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 대구·상인점의 경우 러닝 대표 브랜드 나이키, 아디다스의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60%나 됐다. 3~6월 이들 브랜드 매출은 전년보다 75%나 뛰었다.
대구지역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MZ세대들을 주축으로 한 러닝 열풍으로 관련 제품이 급속도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대구 러닝크루 '다왔다크루'는 주 2~3회 페이스에 맞게 10㎞를 함께 뛴다. <영남일보 독자 제공> |
한편, 스포츠 열풍을 주도하는 MZ세대들이 반짝 유행처럼 스포츠를 보여주기식으로 즐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골프, 테니스에 이어 러닝 열기도 금방 식을 것으로 전망한다.
골프는 MZ세대를 주축으로 해 2021년 코로나 19 팬더믹을 거치며 급성장했지만, 2022년 후반 사그라들었다. 이들은 골프채를 중고마켓에 내놓은 후 대거 테니스장으로 몰려들었고, 이 열풍은 오래가지 못해 다시 러닝으로 모습을 바꿨다.
이효설·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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