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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스포츠 열풍 주도…골프·테니스 지고 러닝 뜬다

2025-01-30

"골프 테니스 보다 돈 적게 들어"
2030 '러닝 크루' 결성 급증
함께 뛰며 성취감, 자신감 충전
지역별 마라톤 대회 출전까지
보여주기식 반짝 유행 시선도

MZ, 스포츠 열풍 주도…골프·테니스 지고 러닝 뜬다
지난해 5월 19일 영남일보 국제하프마라톤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이 달구벌대로를 달리고 있다. <영남일보 DB>
MZ, 스포츠 열풍 주도…골프·테니스 지고 러닝 뜬다
지난해 4월 7일 대구스타디움 일원에서 열린 '2024대국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대구 수성구 유니버시아드로를 가득 메우며 달리고 있다. <영남일보 DB>
MZ세대가 골프·테니스에 이어 러닝까지 스포츠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1~2년 '점만 찍고 가는' 반짝유행에 그치면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스포츠를 소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레저백서 2022'에 따르면 2021년 국내 골프 인구는 564만명으로 2019년(470만명)보다 20.0%(94만명) 급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MZ세대의 대거 유입으로 골프 인구 및 산업이 급성장했음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당시 불가피하게 해외여행 수요가 줄고 전국적으로 스크린골프장이 대거 들어선 게 MZ 골프 열풍을 불러온 요인이 됐다. 하지만 MZ세대의 골프 열풍은 오래가지 못 했다. 고가의 골프용품과 그린피를 지속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2022년 후반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20~30대가 내놓은 골프채와 골프의류 매물이 대거 쏟아졌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프로 이대한 책임교수는 "골프는 클럽세트·골프화·골프가방 등 초기투자비용은 물론 연습장 이용료, 라운딩 비용, 교통비 등 비용이 만만찮다. 젊은 세대에게 여전히 고가의 스포츠로 인식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골프채를 던진 MZ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덜 드는 테니스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인스타그램에선 '테니스타그램'이라 이름붙인 태그를 달고 인증샷을 찍어 올리는 게 유행했다. 하지만 이도 잠시. 지난해 초부터 국내는 물론 해외 유명 마라톤대회를 섭렵하는 젊은 러닝족이 급증했다. 이재무 경북스포츠과학센터장은 "골프부터 테니스, 현재의 러닝 열풍을 추적하면 지속되는 기간은 1~2년 정도"라면서 "이 추세대로라면 러닝도 1년 후면 다른 스포츠로 교체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MZ는 스포츠 자체의 재미와 가치보다 SNS를 통한 콘텐츠 올리기에 집중하는 경향이 적잖다. 콘텐츠가 다 소비되면 다른 걸 찾는 것"이라면서 "이들의 스타일을 나쁘다고 볼 순 없지만 스포츠를 보여주기나 짧은 유행 정도로 치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MZ, 스포츠 열풍 주도…골프·테니스 지고 러닝 뜬다
대구에서 사업하는 20~30대로 구성된 러닝 크루인 '다왔다크루'. <영남일보 독자 제공>
MZ, 스포츠 열풍 주도…골프·테니스 지고 러닝 뜬다
대구 러닝크루 '다왔다크루' 멤버들이 함께 뛰고 있다. <영남일보 독자 제공>
◆ 달리기에 빠진 MZ…'러닝 크루' 늘고 있다
직장인 김모(여·30)씨는 러닝을 시작한 지 3개월차 되는 '런린이'(달리기 초보)다. 퇴근 후 가볍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찾다 러닝이 시간 대비 효과가 좋다고 해 시작하게 됐다. 김씨는 주 2회 5㎞ 정도 집 근처에서 뛴다. 김씨는 "특별한 장비나 시설 없이도 어디서나 시작할 수 있다는 게 러닝의 장점"이라면서 "꾸준히 달리면서 목표를 달성했을 때 성취감과 자신감도 얻을 수 있다. 달리는 동안에는 잡생각이 사라져 정신이 맑아진다"고 말했다.

MZ, 스포츠 열풍 주도…골프·테니스 지고 러닝 뜬다
〈게티이미지뱅크〉
MZ세대가 '러닝'에 빠졌다. 코로나19 때 유행했던 골프, 테니스에서 러닝으로 운동 트렌드가 바뀌었다. 골프, 테니스를 하려면 다양한 장비를 구매하고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부담이었다. 그러나 러닝은 운동화만 신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또 언제 어디서든 뛸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러닝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러닝 크루'도 늘고 있다. 이들은 다른 사람과 함께 뛰고 재미를 찾는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의 '2024 연말 결산' 데이터에 따르면, 산책(워킹)·달리기(러닝) 등 키워드가 들어간 모임은 지난달 31일 기준 전년 대비 2.2배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20대(17%), 30대(29%), 40대(25%), 50대(20%) 순이었다.

여모(32)씨는 '다왔다크루'라는 러닝 크루를 결성해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크루는 대구에서 사업하는 20대 후반~30대 중반들이 멤버다. 총 6명이 부상 없이 꾸준하게 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 2~3회 페이스에 맞게 10㎞를 함께 뛰며, 일요일 저녁은 보강 운동으로 마무리한다. 여씨는 "혼자보단 함께 시작하면 동기부여도 되고 꾸준함이 생기는 것 같아 크루를 만들었다"면서 "러닝을 통해 사람들과 교류하고, 서로 러닝 목표를 공유하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MZ세대는 '마라톤대회'에도 적극 뛰어들고 있다. 오는 2월 개최되는 '2025년 대구마라톤대회'에는 총 4만130명이 참가 접수를 완료했다. 이 중 20대는 6천800여명(약 17%), 30대는 1만3천600여명(약 34%)으로 20·30대 비율이 51%에 달한다. 지난해 9월 열린 '제18회 달서하프마라톤대회' 참가자 8천633명 중 20·30대는 총 3천580명으로 약 41.5%를 차지했다. 지난해 5월 열린 '제17회 영남일보 국제하프마라톤대회'에서도 참가자 8천184명 중 3천545명(약 43%)이 20·30대였다.
지난해 10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도모(31)씨는 "열정 있는 사람들이 뛰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 좋았다"면서 "올해도 마라톤을 준비 중이다. 마라톤 대회 출전을 목표로 정하고 달리면 기록에도 욕심이 생긴다"고 했다.

러닝 관련 제품들을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대구 신세계백화점에서는 스포츠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약 7% 상승했다. 러닝 시즌(3~6월)에는 스포츠 전체 매출이 12%증가했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 대구·상인점의 경우 러닝 대표 브랜드 나이키, 아디다스의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60%나 됐다. 3~6월 이들 브랜드 매출은 전년보다 75%나 뛰었다.
대구지역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MZ세대들을 주축으로 한 러닝 열풍으로 관련 제품이 급속도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MZ, 스포츠 열풍 주도…골프·테니스 지고 러닝 뜬다
대구 러닝크루 '다왔다크루'는 주 2~3회 페이스에 맞게 10㎞를 함께 뛴다. <영남일보 독자 제공>
◆ 보여주기식 반짝 유행?…러닝 다음엔?
한편, 스포츠 열풍을 주도하는 MZ세대들이 반짝 유행처럼 스포츠를 보여주기식으로 즐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골프, 테니스에 이어 러닝 열기도 금방 식을 것으로 전망한다.
골프는 MZ세대를 주축으로 해 2021년 코로나 19 팬더믹을 거치며 급성장했지만, 2022년 후반 사그라들었다. 이들은 골프채를 중고마켓에 내놓은 후 대거 테니스장으로 몰려들었고, 이 열풍은 오래가지 못해 다시 러닝으로 모습을 바꿨다.

MZ, 스포츠 열풍 주도…골프·테니스 지고 러닝 뜬다
이재무 경북스포츠과학센터장은 "경험과 참여를 중시하는 게 MZ들의 스타일이다. 여러가지를 경험하며 자신만의 스포츠를 찾아가는 과정이라 본다면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다"면서도 "SNS 등을 통해 자신의 스포츠 활동을 전시하는 듯한 일부 MZ들의 모습에서 스포츠의 진짜 가치를 찾아보긴 힘들다"고 꼬집었다.

이효설·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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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윤

영남일보 정지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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