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적 정쟁에 힘 없는 국민만 골병
◆속 끓이는 환자와 가족들
75% '의정갈등서 국민 소외'
"불안 없이 치료받을 날 고대"
수년째 암 투병 중인 대구시민 A씨와 그 가족들은 의정 갈등 이후 무력감을 호소하고 있다. A씨는 "불안 속에 버티고는 있는데, 솔직히 힘들다"고 했다. 가족이 중증질환으로 투병 중인 30대 직장인(대구 북구)은 "지난 일년간 의정 갈등을 두고서도 진영 논리로 서로 헐뜯으며 소모전을 계속하는 정치권을 보면서 너무 실망스러웠다"며 "환자들이 불안감에서 벗어나 공정하게 치료받을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고 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국민 대다수가 피로감과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은 지난달 20∼24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보건의료 개혁 정책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의정 갈등 탓에 스트레스나 피로감을 느낀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70.0%에 달했다.
응답자의 69.6%는 의정 갈등 조정과 해결에 국민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봤다. 그러나 응답자 75.1%는 '일반 국민과 환자는 의정 갈등에서 소외되기 쉽다', 74.5%는 '의정 갈등 조정에 일반 국민과 환자는 힘이 없다'고 답했다. 의정 갈등 문제 해결에 무력감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300명도 안되는 신규 의사
올 의사국시 응시자 총 285명
예년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올해 의사국가시험(이하 의사국시) 필기시험 응시자가 예년 신규 의사 배출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선민 의원이 13일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9~10일 실시된 제89회 의사국시 필기시험에는 총 285명이 응시했다.
이번 시험 응시자는 지난해 10월 제89회 실기시험에 합격한 266명과 지난해 필기시험에서 불합격한 일부 인원으로 파악된다. 의사국시는 '합격 분리 인정·면제 제도'에 따라, 이전 회차 실기시험에 합격한 경우 다음 필기시험에 합격하면 의사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문제는 응시자 전원이 합격해도 올해 신규 의사 수가 300명을 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제88회 의사국시에는 3천231명이 응시해 3천45명이 합격했다. 이에 비해 올해 응시자는 10%에도 못 미친다.
한편, 2020년 의사 파업 당시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실기시험 응시취소로 인해 최종 합격자가 412명에 그쳤다. 파업 종료 후 치러진 필기시험에서도 실기시험 미응시자들이 많아 신규 의사 배출이 크게 감소했다. 이에 2021년에는 실기시험을 상·하반기로 나눠 진행한 바 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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