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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얼어붙은 들에도 봄은 오리니

2025-01-16

[문화산책] 얼어붙은 들에도 봄은 오리니
여혁동 (시인·대구문인협회 부회장)

이번 겨울은 유난히도 추운 것 같다.

정치는 계엄의 혼돈과 탄핵의 혼란이 연말연시를 지나며 점입가경의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경제는 물가와 환율이 치솟으며 가계와 소상공인을 필두로 모든 경제주체가 얼어붙고 있다. 사회는 보수와 진보, 좌와 우로 양분된 양보 없는 진영논리로 양극대립이 갈수록 태산이다. 문화는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카오스의 어둠에 휩쓸려 갈 길을 잃고 표류하는 듯하다.

한마디로 온 나라가 총체적 난국으로 얼어붙은 동토가 되어 그 끝을 모르고 꽁꽁 얼어만 가는 형국이다. 법은 코걸이 귀걸이가 되고, 소추와 고발의 남발은 정치수단이 되고, 도덕과 양심은 사라지고, 포용과 관용은 언감생심이다. 이념논쟁을 넘어 진영논리는 타협을 외면한 채 무조건 내가 옳다고 우기며 서로 자기야욕을 위한 목청만 높이고, 네가 틀렸다는 분노의 아집은 상대의 말을 듣기는커녕 아예 말문 막기가 독버섯처럼 이 땅에 번지고 있다.

이 나라가 이래도 되는가? 이 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반만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은 불과 80년 전인 1945년에 나라 잃은 설움에서 해방되었고 강대국에 의해 허리가 두 동강 난 채 정제되지 않은 이념논쟁의 무지와 방관 속에서 1950년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르지 않았는가? 태평양전쟁의 수탈과 6·25전쟁의 비극을 치르며 국토는 초토화되고 모든 국민이 초근목피와 원조받은 강냉이죽으로 한 많은 보릿고개를 넘지 않았는가?

포성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 트라우마와 전쟁의 상흔을 부둥켜안은 피폐한 심신에 앙칼진 칼바람이 몰아쳐도 우리는 저마다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피땀 흘리며 이 나라의 산업화와 민주화에 온 몸을 던졌다. 그 결과 한강의 기적은 산업화와 민주화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지구촌 모든 나라로부터 부러움을 사 왔다. 그런데 여기서 끝낼 것인가? 세계 속에 우뚝 선 부러운 나라가 부끄러운 나라로 전락하기를 자처할 것인가?

지난날 산업화와 민주화의 주역은 어딜 가고, 그새 배고픔의 설움은 배 아픔의 시기, 질투로 변질한 증오의 괴물이 되었나? 이젠 지혜의 온유함으로 상대를 인정, 배려, 존중해야 한다.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 매면 안 된다. 길을 잘못 들면 뛰어도 소용없다. 비상계엄의 위헌성도, 남발된 탄핵소추의 위헌성도 헌법과 적법절차 안에서 공의로 심판되어야만 한다. 그래야 얼어붙은 들이 녹는다. 얼어붙은 들은 때가 차면 봄이 오기 마련이다.

여혁동 〈시인·대구문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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