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인 행렬, 고인이 다녔던 학교 운동장서 추억의 자리 한 바퀴
“잊지 않겠다” 친구들, 영구차 앞에서 눈물의 마지막 인사
저수지에 빠진 친구 4명을 구하고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열네 살 '소년영웅'이 다녔던 대구 달성군 다사읍 서재리 한 중학교의 운동장. 고인을 추모하는 운구 행렬이 16일 오전 운동장을 돌고 난 뒤 장지인 경북 성주군 선남면 우성공원묘원으로 향했다. 장태훈 수습기자. |
비운의 소년영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대구 달성군 다사읍 서재리 저수지. 영웅의 용기와 우정을 추모하기 위해 누군가 던져 놓고 간 국화 몇 송이가 얼음 위에 구슬프게 떠 있다. 강승규 기자 |
저수지에서 친구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대구 달성군 중학생 A(14)군의 발인이 16일 엄수됐다. 이날 찬바람이 부는 학교 운동장은 고인을 추억하며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이들로 깊은 슬픔에 잠겼다. 오전 7시50분 계명대동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운구 행렬이 시작됐다. 고인 영정을 든 누나는 굳게 다문 입술로 울음을 삼켰다. 어머니는 눈물을 훔치며 영정 옆을 따랐다. A군 친구들과 학부모, 교사, 주민 등 100여 명이 조용히 뒤를 따랐다. 사고 당시 함께 있었던 친구들도 침통한 표정으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비탄에 젖은 행렬은 오전 8시10분쯤 A군이 다녔던 다사읍 서재리의 학교 운동장에 도착했다. 영정이 운동장 입구를 지나자 가족과 친구들이 하나둘 따라 들어왔다. 영정 속 환하게 웃고 있는 고인의 얼굴은 주변을 더 구슬프게 했다. 운동장을 도는 동안 행렬에선 한숨과 흐느낌만이 들렸다. 사고 당시 물에 빠졌던 친구들은 영정을 바라보다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친구들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행렬이 운동장을 반쯤 돌았을 때였다. 한 친구가 무릎을 꿇고 "고마워"라며 오열했다. 다른 친구들도 눈물을 쏟으며 서로 부둥켜안았다. 운동장은 '눈물바다'로 변했다. 친구들이 추모의 마음을 담아 제작한 '히어로' 트로피와 대구시교육청·학교에서 전달한 표창장은 A군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증표로 남았다. 운동장을 돌고 난 뒤 고인의 영정은 영구차로 옮겨졌다.
"좋은 곳에서 행복해야 해."
"잊지 않을게."
친구들은 영구차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마지막 작별인사를 했다. 오전 8시 30분 영구차는 장지인 경북 성주군 선남면 우성공원묘원으로 향했다. 영구차가 떠났지만 친구들은 한동안 운동장에서 발길을 떼지 못했다. A군은 우정과 용기의 상징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