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이고 꼬였던 성심당 문제…고객편의·지역상생에 초점 맞췄죠"
권세호 코레일 상임감사위원은 급변하는 대외 환경 속에서 전문 컨설팅 기능을 강화한, 통찰력 있는 기업감사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권세호 상임감사위원 제공〉 |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전국 12곳의 본부와 3만명이 넘는 인력을 보유한 매머드급 조직이다. 국토의 구석구석을 연결하는 코레일은 지난해 한국감사협회가 시상하는 '2024 준법감시 부문 대상'을 수상해 눈길을 끌었다. 이뿐 아니다. 권세호 코레일 상임감사위원은 '자랑스러운 감사인상 대상'을 수상해 겹경사를 맞았다. 문경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한 권 상임감사는 "경제와 산업, 기술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기업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키며 그 어느 때보다 조직에 대한 내부감사의 역할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감사의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역할은 '조직에 새로운 통찰을 제공하고, 미래지향적 감사를 통해 조직의 가치를 증진하고 보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코레일 변화·혁신 강드라이브
조직 컨설팅에다 정책대안까지
기재부·감사원 시절 경험 더해
성심당과 극적 타결 이끌어내
한미 공인회계사 자격도 보유
경제·경영·예산 글로벌 전문가
중앙선·대경선 등 잇따라 개통
TK '철도 르네상스'에 기대감
◆대전역 성심당 '상생해법' 사례
대전을 대표하는 '성심당'은 전국 빵순이·빵돌이가 사랑하는 성지 중 한 곳이다. 대전 내에서만 모두 10여곳이 넘는 매장을 운영한다. 그중에서도 성심당 대전역점은 하루종일 쉴새없이 사람으로 북적이는 인기 매장이다. 성심당 대전역점은 지난해 코레일유통과 임대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전국적 이슈가 되는 난항을 겪었다.
코레일유통은 계약 갱신을 앞두고 내부 규정에 따라 최저 수수료율인 17%를 적용해 사업자를 공모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성심당은 기존 1억3천만원에서 몇 배나 많은 4억4천만원의 임차료를 내야 했다. 점포의 공개입찰은 지난해 2월부터 5월까지 총 5차례 진행됐으나 성심당을 제외한 누구도 참여하지 않아 유찰됐다. 당시 이 계약을 두고 다양한 시각에서 의견이 제기됐다. 비싼 임차료 인상이 부담이라는 지적과 함께 다른 매장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상충됐다.
권 상임감사는 "과다한 임대료라는 지적과 형평성 유지라는 두 가지 이슈가 충돌되는 상황에서 공정성과 형평성을 고려하면서 고객편의와 지역상생을 도모하는 방안을 찾으려 고심했습니다. 꼬이고 꼬인 상황이었지만 의외로 쉽게 해법을 찾을 수 있었어요. 제가 기재부와 감사원 등에서 활동하면서 얻었던 경험을 십분 발휘했죠."
'해결사'를 자청한 권 상임감사는 유찰과 유찰을 거듭하던 성심당 문제에 돌파구를 제안했다. 감사원의 사전컨설팅 제도를 활용하는 한편 관련 부서와 협업, 상위법령 검토 등의 다각적 방안을 통해 극적 타결을 도출했다. 결과적으로 매출의 6% 수준으로 성심당과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는데 성공했다. 공공감사 분야에서는 적극행정과 감사원 사전컨설팅을 통해 철도역 상업시설의 '공공가치'와 경'제적 효용성'을 동시에 높이는 새로운 방법을 찾은 우수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가치감사로 조직의 체질개선
130년 역사의 철도는 한국 근현대사를 거치며 경제성장의 핵심동력을 맡아왔다.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사람과 물자를 연결하고, 경제발전을 견인한 것. 현재는 하루 평균 300만명을 수송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2004년 개통한 고속철도는 대한민국을 2시간대 생활권으로 묶는 속도혁명을 이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년 전 코레일 상임감사위원으로 취임한 그는 조직운영에 있어 조용하지만 강력한 변화와 혁신의 드라이브를 걸었다. 통찰과 가치감사에 기반한 조직의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가장 먼저 '가치감사, 어나더 인사이트(Another Insight)'를 선포하며, 기업의 건강한 체질을 만들어 가는 미래지향적 감사체계 구축에 나섰다.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커지는 오늘날의 기업들은 다양한 리스크에 직면해 있어요. 감사 활동도 이에 발맞춰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조직내 부정과 비위를 사후에 적발하고 처벌하는 'Hunting Dog(사냥개)'에서 예방통제 기능을 중요시하는 'Watching Dog(감시견)'을 거쳐, 최근에는 전문 컨설팅과 정책대안 제시 기능까지도 요구하는 미래지향적 감사활동인 'Guiding Dog(안내견)'으로 점차 확장되고 있습니다."
그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AI(인공짓능)와 감사활동의 접목을 예고했다. 권 상임감사는 "오늘날 AI와 빅데이터 분석이 감사의 핵심요소로 자리잡은 만큼, AI 분석기반의 지능형 감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자랑스러운 감사인상 대상 수상
2남3녀 집안의 장남인 그는 경북 문경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했다. 경북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미시건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고려대에서 기술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중국·싱가포르 등 국내외에서 활동하며 얻은 다양한 경험은 경제·경영·예산·회계·감사 분야의 전문성과 함께 미래학자로서의 통찰을 주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의 공인회계사 자격을 보유한 글로벌 경제전문가이기도 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재정정보원,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경영평가위원, 적극행정위원, 국민권익위원회 자문위원 등 주요 공기업과 정부 위원회에서 전문가로 활동했다.
"코레일 상임감사위원으로 취임한 지 벌써 1년이 넘었는데, 그 기간이 너무 짧게 느껴집니다. 경제와 산업, 기술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불확실성을 증가시키며 효율성과 효과성을 극대화하고, 기존의 정형화된 경영감시 역할을 넘어 전문 컨설팅과 인사이트를 제공하도록 요구받고 있습니다. 특히 코레일은 3만명이 넘는 인력과 전국의 사업장을 보유한 조직으로 그 규모와 복잡성 때문에 다양한 리스크에 대비해야 합니다."
◆대구경북 도약 견인하는 철도
대구경북 지역은 최근 5개의 신설 철도 노선이 개통되면서 새로운 철도의 르네상스를 예고하고 있다. 구미에서 경산까지 이어지는 광역철도인 대경선이 개통되고, 대구도시철도 1호선은 안심에서 하양까지 연장운영 됐다. 또 충주와 문경을 연결하는 중부내륙선에 이어 안동에서 북영천을 잇는 복선전철인 중앙선이 개통됐으며, 포항에서 삼척을 연결하는 동해선이 올초에 새롭게 운영을 시작했다.
"대구경북의 철도교통망 확충은 교통의 효율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켜 시민들의 이동 편의성뿐만 아니라 지역 간 산업과 물류의 연결성을 강화하고, 관광 활성화와 문화 교류를 촉진시키는 등 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것입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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