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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휠체어 천사' 신동욱씨…27년간 100여대 기부

2025-01-24

"작은 나눔에 큰 기쁨…기부에 중독됐어요"
아들의 휠체어 만들고 고치다
봉사인생 시작해 남다른 활동
평리동서 판매·수리점 운영중

대구 휠체어 천사 신동욱씨…27년간 100여대 기부
지난 22일 대구 서구의 한 휠체어수리점에서 신동욱 대표가 휠체어를 안고 환하게 웃고 있다.

"기부는 중독입니다. 작은 나눔도 큰 기쁨으로 돌아오니 끊을 수가 없어요."

지난 22일 대구 서구 평리동의 한 휠체어 판매·수리점에서 만난 신동욱씨는 기부 철학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신씨는 지난달 전동휠체어 5대 등 1천300만원 상당의 장애인 이동 물품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공동모금회를 통한 기부만 12년째다. 휠체어 수리 등 크고 작은 나눔을 포함하면 그의 기부 인생은 27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까지 기부한 휠체어만 100여 대(1억5천만원 상당). 무료로 고쳐준 휠체어는 셀 수 없을 정도다. 신씨는 "신이 내게 준 '달란트'는 휠체어 수리다. 휠체어 수리로도 어려운 이들을 도울 수 있어 기쁠 뿐"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1953년 경북 경주 건천의 공무원 가정에서 2남 4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결혼 후 두 딸을 낳을 때까지만 해도 그의 인생에는 굴곡이 없었다. 평범했던 인생이 대전환점을 맞은 것은 1984년. 아들을 몸에 품은 아내가 교통사고를 당했고, 그 후유증으로 태아는 장애를 가진 채 세상에 나왔다. 아들의 진단명은 뇌병변장애 1급. 뇌 손상으로 복합적인 외부 신체기능 장애가 불가피하다는 의사의 소견이었다. 청천벽력이었다. 신씨는 "너무 힘든 나날이었다. 하루는 팔공산 도로를 차로 달리다 문득 핸들을 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라고 털어놨다.

'휠체어 천사'로 통하는 신씨가 휠체어를 처음 접한 건 1992년이다. 아들이 특수학교에 입학하면서 신씨는 몸이 불편한 아들의 등·하교를 위해 휠체어를 마련했다. 형편이 어려웠던 그는 누군가 버려둔 휠체어 2대를 조합해 그럴듯한 새 휠체어를 만들었다. 새로운 재주의 발견이었다. 그는 "아들 휠체어가 고장 나 장애인재활협회가 운영하는 수리센터를 찾았는데, 사회복지사들이 수리에 애를 먹고 있었다"며 "답답한 마음에 직접 고쳐봤는데, 복지사들이 솜씨가 좋다며 봉사활동을 권유했다. 아마 그때부터 내 인생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했다.

매주 1~2시간 하던 휠체어 수리 봉사활동은 어느덧 전업이 됐다. 애초에 돈을 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손님의 절반 이상에게 무료 수리를 해줬다. 첫 기부의 기억도 또렷하다. 1997년 대구장애인재활협회의 휠체어 수리 자원봉사자로 활동한 공로로 그는 한국장애인부모회로부터 '장한 어버이상'을 받았다. 상금 50만원으로 구입한 휠체어를 기부했다. 첫 번째 기부였다. 선행이 알려지면서 자랑스러운 서구민상, 정재문사회복지상, 우정선행상 등 숱하게 상도 받았다.

그런 그에게 아들은 여전히 '아픈 손가락'이다. 어느덧 마흔을 훌쩍 넘긴 아들을 아직도 그가 홀로 뒷바라지한다. 신씨는 "며칠 전 아들이 전동차가 고장 나서 꼼짝 못하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런 일이 간혹 있지만, 그날따라 기분이 이상했다"며 "만약 내가 세상에 없다면 이런 상황에서 아이가 겪을 상황이 떠올라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했다. 그는 "지금 기부에 매진하는 것도 몸이 불편한 아이를 위해서다. 훗날 내가 세상에 없어도 '기부 많이 한 아저씨 아들'로 알려지면, 누군가 도와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움은 반드시 되돌려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기부를 망설이는 대다수 시민에게도 그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신씨는 "기부를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음료수 한 병, 빵 한 바구니 등 주변에 작은 손길을 나누는 것도 기부 활동이다. 선행의 크기보다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환하게 웃었다. 글·사진=이승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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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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