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4차 변론기일서 증인 출석한 김용현에 심문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4차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증인신문을 하자(사진 왼쪽), 김 전 장관이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12·3 비상계엄이 국민에 대한 호소였다면서 불법 행위가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윤 대통령 측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다 한 걸로 이해하면 된다"는 식의 주장을 폈다.
헌재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4차 변론을 진행했다. 이날 '계엄 핵심' 김 전 장관이 첫 증인으로 나서 화제를 모았다. 윤 대통령에 앞서 김 전 장관 역시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기소 된 상태다. 당초 국회 측은 윤 대통령과 직접 대면할 경우 김 전 장관이 진술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분리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의 질문에만 증언하겠다며 '선택적 증언'을 주장했다가 재판부와 윤 대통령 측의 권유에 국회 측 질문에 대한 '증언 거부'를 번복하기도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을 상대로 직접 마이크를 잡고 질의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질의에 대부분 맞장구를 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은 서로 질의 응답으로 계엄 당시 국회와 민주당사, 김어준씨와 관련된 업체인 '여론조사 꽃' 등에 군 병력을 투입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국회 독재가 망국적 위기 상황의 주범이라는 차원에서, 질서 유지와 상징성 측면에서 국회에 군을 투입했지 않냐"며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을 생각했던 것이고"라고 물었다. 김 전 장관이 "네 그렇다"고 답하자 윤 대통령은 또 "계엄 선포한 날 저녁에 그런 얘길 저에게 해서 제가 '절대 하지 마라. 민주당에 (군대를) 보낸다면 국민의힘에도 보내야 한다'면서 여론조사 꽃도 제가 들여보내지 말라고 자른 것 아니냐"고 다시 물었다. 윤 대통령이 직접 민주당사와 여론조사 꽃에는 군을 투입해서는 안 된다고 지시해 군 병력이 들어가지 못했다는 취지다. 이에 김 전 장관은 "나중에 지시하신 걸 들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계엄 포고령 작성 경위에 대해서도 직접 신문했다. 윤 대통령은 "12월1일 또는 2일 밤 (김 전) 장관이 관저에 포고령을 가져온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포고령이 추상적이라 법적으로 검토할 게 많지만, 실행 가능성이 없으니 놔두자고 웃으며 말했던 상황이 기억나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 전 장관은 "말하니까 기억난다"며 "평상시보다 꼼꼼히 보시지 않는 걸 느꼈다"고 답했다.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당시 상황과 관련해 국회에 출동한 계엄군에 "의원이 아닌 '요원'을 끌어내라고 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또 윤 대통령이 포고령을 꼼꼼히 검토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계엄에 대한 윤 대통령의 상세한 설명도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변론에서 "소추인(국회)은 실패한 계엄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실패한 계엄이 아니다"며 "저도 빨리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좀 더 빨리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은 "저나 장관, 군 지휘관도 지금 실무급 영관·위관급 장교의 정치적 소신이 다양하고, 반민주적이고 부당한 일을 지시한다고 할 때 그것을 따르지 않을 것이란 것도 다 알고 있었다"며 경고성 계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필요한 소수의 병력만 이동했고 합법적인 것이었다는 게 윤 대통령의 설명이다. 이외에도 윤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한 이유는 야당에 대한 경고가 아니었다"며 "주권자인 국민에 호소해서 엄정한 감시와 비판을 해달라는 것이었지, 야당에겐 아무리 경고해봐야 소용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장관이 계엄을 주도한 것으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엔 "주도라는 표현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이 논의를 통해 비상계엄이 선포된 것이고, 실무적인 작업은 국방부 장관이 계엄 주무 장관으로서 다 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정재훈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