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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
미얀마 내전이 이제 5년째 접어들었다. 국토는 정부군 통치지역과 반군 통치지역으로 양분되어 있다. 반군지역은 또 소수민족별로 나뉘어 있으며 반군들 사이에도 알력이 있다. 최근에 이 반군들이 많은 승리를 거둬 그들 영역이 국토의 반을 넘어섰다. 작은 희망이 보인다. 그러나 아직 단일명령체계가 이뤄지지 않고 국제지원과 탄약보급도 아쉽다.
이 '해방된' 지역이 범죄조직의 천국이 되었다. 국경지대엔 무기거래, 인신매매, 밀렵, 마약생산 및 거래가 활개를 친다. 경제가 파탄 나자 몸을 파는 여성들이 생겨났다. 세계 최대 아편생산국이 된 미얀마에 대형 합성약물 공장까지 들어서 '야바'가 헐값에 거래된다. 마약거래로 자금을 확보하려는 것은 정부군이나 반군이나 매마찬가지다.
국경지역엔 범죄집단이 납치해온 사람들이 창고건물에서 온라인 국제사기에 몰두하고 있다. 미국, 중국, 유럽 등지의 외로운 노인들에게 달콤한 말로 접근하여 '투자'를 유도한다. 유엔은 작년에 미얀마 사이버범죄나 온라인도박 피해자가 12만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반군들도 민주주의를 원하지만 전비를 마련키 위해선 이런 불법에도 손을 댄다.
최근에 이 반군점령지에 대학이 생겨났다. 지식인들이 더 이상 고등교육을 포기할 수 없었다. 불법쿠데타를 보고 직장을 버린 교수들이 의과대학을 필두로 18개 대학을 세웠다. 대학은 정부군 공습을 피해 밀림 같은 곳에 숨겨져 있다. 수업을 듣는 학생 중에는 반군전사들도 있다. 장차 피란민촌 아동을 위해 초·중등학교도 설립할 예정이다. 전투기나 드론 소리가 나면 교수나 학생은 피란처로 뛰어드는데 그런 곳엔 꼭 뱀이 있다.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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