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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칼럼] 개혁은 아무나 하나

2025-02-03

[월요칼럼] 개혁은 아무나 하나
허석윤 논설위원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 완전한 진실은 아니지만 일리가 있다. 특히 국가 지도자쯤 되면 나름대로 나라를 생각하기 마련이다. 국가개혁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사실 태평성대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난세에 권력을 잡은 지도자는 개혁의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낡은 체제를 타파하고, 새 질서를 세우는 게 자신의 소명이라고 여길 수 있다. 물론 국가와 국민을 위한 지도자의 진심까지 의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개혁은 말처럼 쉽지 않다. 성공보다 실패로 끝날 확률이 훨씬 높다. 실제로 동서고금을 통틀어 개혁이 당초 목표대로 완수된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개혁 주체 스스로가 걸림돌인 된 경우가 허다하다.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이상적인 지도자는 '철학자'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도자가 단순히 권력을 행사하는 게 아니라, 국가 경영의 철학적 자질, 즉 정의감과 올바른 인성, 풍부한 식견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구닥다리 이상론으로 평가절하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플라톤의 핵심적 교훈은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세계 어느 곳보다 대통령 권력이 막강한 우리나라에 필요한 경구다. 하지만 한국 대통령들은 플라톤이 말한 이상적인 지도자상과는 거리가 먼 편이다. 오로지 본인 영달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우리 정치가 4류 언저리에서 맴도는 것과 무관치 않다. 저질 정치가 판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외치는 개혁 또한 공허하기 마련이다. '용두사미'는 꼬리라도 남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윤석열표 개혁'은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질 판이다.

윤 대통령의 출발은 호기로웠다. 공정과 상식의 가치를 앞세우며 4대 분야(연금·노동·교육·의료) 개혁을 밀어붙였다. 살기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 의료개혁 헛발질이 가장 참담하다. 의료인력을 확충해 필수·지역의료 붕괴를 막겠다고 했지만, 의사 집단의 거센 저항에 부딪혀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되레 개혁 이전보다 상황은 더 악화됐다. 의료현장은 쑥대밭이 돼 애먼 국민들만 생고생이다. 이쯤 되면 개혁이라고 칭하기도 민망할 정도다.

윤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을 보면 개혁은 예고된 실패였을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자기 주장이 강해 남의 의견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짧게 말해 아집과 불통이다. 또한 정책의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많았다. 검사 출신의 한계였을 수도 있겠다. 어쨌건 윤 대통령은 개혁의 당위성에만 천착했다. 개혁 과정에서 요구되는 사회적 대화와 타협 과정은 등한시했다. 특히 개혁과 관련된 이해 집단의 협력과 동의를 구하기보다 그들을 반개혁세력으로 낙인찍어 무릎 꿇리려 했다. 이 같은 "돌격 앞으로"식 개혁이 민주적 절차와 다양성이 중시되는 요즘 시대에서 통하겠나. 과거 독재정권에서도 쉽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스스로 자초해 실패한 개혁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듯하다. 오히려 개혁 정도로는 성에 안 차서인지 뜬금없는 계엄까지 감행했다. 본인은 물론 국민들도 뒷감당이 안된다. 누가 될진 모르겠으나 다음 대통령 또한 개혁을 외치고 싶을 것이다. 그 전에 자신이 개혁을 이끌 만한 자질과 역량이 있는지 자문해보길 권한다. 그렇지 않으면 개혁 주체가 아니라 개혁 대상이 될 수 있다.
허석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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