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한 초교서 돌봄 수업 마치고 나오던 8세 여아, 40대 여교사 의해 살해
해당 교사, 평소 우울증 등 문제 겪어…휴직하다가 지난해 12월 복직
나흘 전에는 동료교사에게 난동…교육청에 대책 마련 요구했지만, “불가”
김하늘 양 아버지 “우울증 있는 人 학교서 가르친다는 게 말 안 돼” 호소

10일 오후 5시 50분께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초등학교 1학년생이 흉기에 찔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으나 숨졌다. 현장에서는 돌봄교사 A(40대)씨도 자상을 입었으나 의식이 있는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A씨가 김양을 흉기로 찌른 뒤 자해한 것으로 보고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은 사건이 발생한 초등학교 2층 시청각실에서 현장검증하고 있는 경찰. 연합뉴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8세 여아가 40대 여교사에 의해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전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6시쯤 대전 서구 관저동 한 초등학교 건물 2층 시청각실에서 흉기에 찔린 김하늘(8)양과 여교사 A(40대)가 발견됐다. 119대원들이 김 양을 발견하고 병원으로 즉시 옮겼지만 김양은 끝내 숨지고 말았다.
김 양은 발견 당시 몸 왼쪽이 칼자국으로 가득할 만큼 상태가 심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도 목과 팔이 흉기로 찔려 있었지만 의식은 있는 상태였다.
경찰은 A씨가 범행을 벌인 뒤 자해한 것으로 보고, A씨를 용의자로 두고 수사를 벌였다. A씨는 조사를 받던 도중인 오후 9시쯤 범행을 시인했다.
A씨는 평소 우울증 등 문제를 겪던 중 휴직했다가 지난해 12월 복직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복직 후 교과전담 교사를 맡았는데, 김양과는 평소 알고 지낸 관계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김양은 평소 학원에 가기 전 오후 4시 40분까지 학교에서 돌봄 수업을 들었다.
정해진 시간이 지났는데도 학원에 아이가 오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은 부모는 오후 5시 18분쯤 실종신고를 했다. 학교 측에서는 오후 5시 50분쯤 건물 2층 시청각실에 사람이 갇혔다는 경찰 신고를 했다.
이에 경찰은 학교 시청각실에서 쓰러진 두 사람을 발견하게 됐다. 경찰은 A씨 수술과 치료가 마무리 되는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교육 당국은 교내에서 강력 사건이 발생한 것을 두고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학교 측은 사건 당일 오후 4시 40분쯤 돌봄 수업을 끝내고 교실을 나간 김양이 어떻게 A씨와 마주하게 됐는지 등의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A씨가 나흘 전에도 폭력적인 성향을 노출하면서 주위를 긴장케했다는 사실도 추가로 밝혀지면서 사고를 예방하지 못한 교육당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6일 동료 교사의 팔을 꺾는 등 난동을 부렸다. 당시 웅크리고 앉아 있는 A씨에게 동료 교사가 다가와 '무슨 일이냐'고 묻자, 이같은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경찰 신고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이후 학교 측에선 A씨에게 강하게 휴직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이 문제를 두고, 교육청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했지만, 교육청은 “같은 병력으로 더는 휴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학교에 전달하면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양의 유족들은 교육 당국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김 양의 아버지는 “우울증이 있는 사람이 다시 학교에 나와서 가르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자기 분에 못 이겨 애를 죽였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가 강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는 이날 긴급 휴업 결정을 내린 상태다. 이 학교는 겨울방학을 마치고 지난주 개학해 나머지 학사 일정을 진행해왔으며, 예정대로라면 오는 14일 봄방학에 돌입한다.

서민지
디지털콘텐츠팀 서민지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