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주 이후 김부겸·임종석 등 친문 핵심들과 회동
李 비명계 통합요구 응답했나…文 예방도 영향 준듯
조기 대선 정국에서 향후 충돌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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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속행공판에 출석하며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비명(비이재명)계 잠룡들과 연쇄 회동을 통해 '당내 통합' 행보에 나선다. 조기 대선 가능성 속에서 이 대표를 향한 비명계의 비판이 갈수록 커지자, 이 대표가 계파 간 통합 의지를 보여주며 진화에 나섰다는 평가다.
12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13일 국회에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만나는 것을 시작으로 잇달아 비명계 인사들과 회동한다. 김 전 도지사 회동 후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 출신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잇따라 만날 예정이다.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들 회동은 다음주 중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와 회동을 앞둔 인사들이 비명계이자 당내 중심이었던 친문(친문재인)계 핵심 인사들이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이 대표를 향해 '이재명 일극 체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당내 통합을 위한 노력을 주문해 왔다. 임 전 실장은 "이 대표 한 사람만 바라보며 민주주의가 숨을 죽인 지금의 민주당은 과연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나"고 지적하며 이 대표에게 지난 대선 패배 책임론까지 소환해 화제를 모았다. 김 전 총리도 "민주당의 생명력은 포용성, 다양성, 민주성"이라며 일극 체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고, 김 전 도지사는 총선 당시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을 모욕하는 발언들이 있었다며 이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제안으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비명계가 요구한 통합 행보에 이 대표가 응답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지난달 30일 경남 양산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 뒤 기류가 달라졌다는 평가도 내리고 있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이 통합의 필요성에 공감한 데 이어 각각 대선 패배 책임을 인정하면서 통합 무드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언론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 탄생에 문재인 정부 사람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그중 내게 제일 큰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날 유튜브를 통해 "지난 대선에서 진 것에 대한 제일 큰 책임이 제게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당내 화합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잠룡들 간 연쇄 회동으로 당내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가 조기에 불이 붙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표는 또 다른 대선 후보군인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두관 전 의원과의 회동 일정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경우 후보들 간 충돌은 불가피 할 전망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여권은 광역단체장들이나 현역 장관 등이 경쟁할 것으로 보이는데 야권은 일찍이 '이재명 일극체제'로 재편된 상황"이라며 "야권 잠룡들이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서라도 이 대표의 일극 체제를 비판하며 목소리를 낸 측면도 있었다. 때문에 이번 회동 이후 계파 갈등이 완전히 사라질 순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정재훈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