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피규어 잿더미…"잃어버린 성지"
"대구 여행 필수 코스였는데" 아쉬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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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의 성지로 알려진 대구 동성로 '노르웨이의 숲' 내부 모습. 네이버 가게 소개에 등록된 사진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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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가게 소개에 등록된 사진 캡처. |
최근 대구 도심 한복판에서 화재가 난 상가건물이 일본 만화 '슬램덩크'의 성지로 알려지면서 전국 마니아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수십 년 된 추판 만화책과 희귀 피규어 등 돈을 주고도 구할 수 없는 각종 굿즈들이 허무하게 화염속으로 사라져서다.
18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8시 3분쯤 대구 동성로 한 2층짜리 상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건물 내부에 가연성 물질이 많았던 탓에 불길은 빠르게 번졌다. 이에 소방당국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하기도 했다. 불은 약 2시간 만에 완전히 진화됐지만 상가 2층과 옥상 가건물이 모두 전소됐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오랜 시간 이 곳을 지켜온 흔적들은 불길 속에 사라졌다.
불이 난 상가는 단순한 술집이 아니라, '슬램덩크' 팬들에게 성지로 여겨지던 공간이다. 1990년부터 6년간 일본 '주간 소년 점프'에 연재된 '슬램덩크'는 1993년 TV 애니메이션 방영과 함께 1990년대 농구 붐을 일으켰다. 국내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단행본 판매량만 1천500만부를 넘었다. 2023년엔 30년만에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개봉되면서 또 한 번 국내에 열풍이 불었다.
이 상가는 그런 슬램덩크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던 곳이었다. 벽면을 가득 채운 만화책과 포스터, 엽서, 농구 골대, 그리고 강백호·서태웅·채치수·송태섭 등 캐릭터들의 피규어까지, 마치 '슬램덩크 박물관'을 연상케 했다. 팬들에겐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추억을 공유하는 장소였다. 이에 전국적으로도 많은 이들이 일부러 찾던 곳이다.
화재 소식이 전해지자, 슬램덩크 팬들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제 돈을 주고도 구할 수 없는 소장품들이 사라졌다" "추억이 한순간에 날아갔다"는 글이 이어졌다.
특히 가게를 다녀간 팬들은 화재 발생 전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유하며 안타까워했다. 한 네티즌은 "대구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장소였는데, 이제는 볼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이지영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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