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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칼럼] '피아노 치는 대통령' 일람을 권하며

2025-02-21
[이재윤 칼럼] 피아노 치는 대통령 일람을 권하며
논설위원
# 장면 1=링컨을 끊임없이 괴롭히던 스탠턴. 팔이 긴 링컨의 외모를 두고 "원조 고릴라"라 희롱했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선 링컨의 경쟁자로 나서 선거 내내 헐뜯었다.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도 "국가적 재난"이라 비난했다. 대통령 링컨은 정적 스탠턴을 국방부 장관에 임명했다. 참모들이 말렸으나 소용없었다. 스탠턴은 링컨의 든든한 동료가 되었다. 링컨이 암살당하자 "여기 가장 위대한 사람이 누워있습니다"라며 통곡했다. 남북전쟁에서 승리한 링컨은 단 한 명의 남부 군인도 전범으로 몰아 처형하지 않았다. 미합중국이 분열하지 않고 온전하게 인류사 최강 대국으로 성장하게 된 결정적 순간이었다. 남북전쟁이 한창일 때 그의 대통령 취임사는 게티즈버그 연설에 못지않다. "우리는 적이 아니라 친구입니다." 탄핵으로 나라가 두 동강 난 지금 우리의 가슴에 와닿는다.

# 장면 2=워싱턴의 흑인 역사박물관 개관식장. 부시 전 대통령은 그곳을 방문한 흑인 가족과 사진을 찍고 싶었다. 이리저리 사진 찍어줄 사람을 찾다가 옆 남성의 등을 툭 쳤다. 흔쾌히 휴대전화를 받아 든 남성은 사진을 찍은 뒤 잘 나왔는지 함께 확인까지 했다. 부시의 사진사가 된 이 남성이 낯익다. 대통령 오바마. 전·현직 대통령이 보인 여유로운 모습에 미 국민이 느꼈을 화평과 평안의 감정. 이명박이 문재인에게, 문재인이 윤석열, 윤석열이 다음 대통령에게 그리할 수 있을까. 우린 지금 진영을 부추기고, 동·서를 나누고, 청년을 쪼개고, 남녀를 차별하고, 세대를 갈라친다. 참으로 고약하다.

오바마와 대선에서 맞붙은 매케인. 세상을 뜬 지 5년 됐다. 감동의 매케인 장례식을 기억하는가? 그중 조사(弔詞) 장면. 오바마가 등장했다. 생전 오바마에게 자신의 장례식 조사를 미리 부탁했다는 매케인. 두 지도자의 통합과 관용의 태도가 멋지다. 이날 초대받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를 치러 갔다. 짐작대로 트럼프는 이들의 미국과는 전혀 다른 미국을 꿈꾸고 있다. 'America First'에 무슨 관용과 존경할 바가 있겠는가.

# 장면 3=미국에선 지난 120년 동안 32번의 대선 승복 연설이 있었다. 패자의 격조 있는 전통이다. 그중 2000년 앨 고어의 승복 연설이 단연 돋보인다. 고어는 득표수에서는 앞섰지만, 선거인단에서 아슬아슬하게 밀렸다. 재검표 논란이 있었지만, 그는 깨끗한 패배를 선택했다. "저를 지지하는 여러분이 느끼는 것처럼 저도 실망스럽습니다. 우리의 실망감은 이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심으로 극복되어야 합니다. 국가가 정당보다 우선돼야 합니다." '0.73%'라는 역대 최소 득표율 차로 이기고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계엄 소동을 벌인 대통령에게는 '승복 연설'을 요구할 수도 없으니 딱한 노릇이다. 민주주의는 3가지 원칙으로 이뤄진다.(스티븐 레비츠키·하버드대 교수) 선거 결과에 승복하는 것, 권력 쟁취를 위해 폭력을 쓰지 않는 것, 극단주의 세력과 연대하지 않는 것. 이 3가지 원칙이 다 흔들리고 있다.

# 장면 4=우리에게도 멋진 대통령이 있다. 안타깝게도 영화 속 상상의 인물이다. '피아노 치는 대통령'. 눈물 나도록 유쾌한 영화다. 일람을 권한다. 작금의 답답함을 풀어줄 작은 위로가 될 터이다. 주연 안성기(대통령 역)는 대구 신암동 출신이다. 현실에도 'TK 대통령' 탄생이 유력하다. 유쾌한 우연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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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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