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당 박정희 압도적…대학가는 노무현 선택
지지 이유는 “경제 발전” “국민을 사랑한 대통령”
1주간 영남일보 홈페이지서 온라인 투표도 진행
대통령의 최우선 원칙은 1위 ‘경제’ 2위 ‘도덕성’

지난달 26일 대구 중구 구 중앙파출소 앞에서 만난 청년들이 영남일보 설문조사에 응하고 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은 점점 더 양극화되고 있다. 지난 삼일절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대규모 찬반 집회가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이제, 내 생각과 다른 의견은 '차이'가 아니라 '틀린 것'으로 여겨지는 시대가 됐다. 이러한 변화는 시민 개개인의 가치관에도 깊이 스며들고 있다.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과거의 리더십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역대 대통령들은 각기 다른 소신과 통치 방식으로 국가를 이끌어 왔다. 그들의 국정운영에는 공과가 분명히 존재한다. 누구는 경제성장의 기틀을 닦았다는 평가를, 또 어떤 이는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남일보는 최근 대구시민 505명을 대상으로 현장 및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해 역대 대통령들에 대한 인식과, 대통령으로서 최우선해야 할 원칙을 알아봤다. 역대 정부의 공과 등이 포함된 역사와 경험이 오늘날의 위기 극복에 어떤 인사이트를 줄 수 있을지 고민해 보기 위한 취지다.
취재진은 지난달 26일 오후 대구 반월당역 지하상가와 구(舊)중앙파출소 앞에서 시민 100명을 대상으로 1차 현장 설문을, 지난 4일 오후 대구 시내 한 대학 일원에서 105명을 대상으로 2차 현장 설문을 각각 실시했다. 이와 함께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5일 정오까지 영남일보 홈페이지를 통해 3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도 병행했다.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은 朴-盧 순

지난 4일 대구시내 한 대학교 일원에서 만난 대학생이 영남일보 설문조사에 응하고 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먼저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은 누구인지'에 대해 물었다. 선택지는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전 대통령(이하 '전(前)' 생략) △기타(없음, 다른 인물 등)로 구성했다. 세 차례의 설문조사를 합산한 결과, 박정희 대통령이 232표(46%)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고, 노무현 대통령(121표·24%)이 뒤를 이었다. 이어, 기타(73표·14.5%), 김대중 대통령(34표·6.7%), 문재인 대통령(20표·4%), 김영삼 대통령(13표·2.6%), 이명박 대통령(7표·1.4%), 박근혜 대통령(5표·1%) 순으로 나타났다.
특정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연령대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반월당 설문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 반면, 대학가 설문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을 선택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대학가에서 만난 시민 105명 중 28명(26.7%)은 노무현 대통령에 투표했다. 이어 박정희 대통령(11표·10.5%), 김대중 대통령(10표·9.5%) 등 순이었다. 다만, '기타' 비율이 절반에 가까운 46.7%(49표)로 집계돼, 젊은층의 심각한 정치 무관심 내지 혐오를 반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방문객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높은 반월당 지하상가 등지에서 진행된 조사에선 박정희 대통령이 60표(60%)를 얻으면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20표(20%)로 뒤를 이었고, 기타 12표(12%), 박근혜 대통령 4표(4%) 등 순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로는 '경제발전의 기틀 마련'이 가장 많이 꼽혔다. 정모(88)씨는 “박 대통령이 경제를 다 살렸다"며 “경부고속도로 건설 등이 모두 그의 공"이라고 치켜세웠다. 80대 어르신은 “독재하긴 했지만, 모두가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었다"며 “통일벼를 아느냐. 젊은 사람들은 모를 것"이라고 되묻기도 했다. 조모(32)씨는 “민주주의 개념을 모르는 사람이 많았던 그 시기,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의 통치 방법은 국가 입장에선 좋은 결과를 이뤄냈다"며 “눈부신 경제 발전도 뒤따랐다"고 평가했다. 새내기 박모(20)씨는 “박 대통령 전후로 대한민국 산업 방향이 좋게 바뀌었고, 기본적인 의식주 제공이 가능해졌다"고 선택 이유를 설명했다.
온라인 상으로도 “경제개발계획 수립으로 경부고속도로와 다양한 중화학공업단지 육성으로 대한민국 산업화의 기틀을 닦았다" 등의 답변이 다수였다.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한 응답자들은 '국민을 사랑한 대통령', '좌우 편향되지 않은 정책 추진' 등을 꼽았다. 반월당에서 만난 박모(여·74)씨는 “일도 잘하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등 검소했다. 사람이 참 순진했다"라며 “이제 그런 사람은 나오기 어렵다"고 했다. 이승엽(20)씨는 “좌우 상관없이 상식적인 정치를 하고, 동서통합을 이뤄낸 분으로 존경할 만하다"고 소신을 밝혔다. 서현성(20)씨는 “불쌍한 대통령"이라며 “훌륭한 정책을 펼쳤지만, 당시 여야 정치 구도로 인해 지지를 많이 받지 못했다"고 했고, 27세 대학생은 “그나마 진영 논리에서 벗어난, 균형 잡힌 분"이라며 한 표를 행사했다.
4050세대인 부모의 정치성향에 영향을 받아 노 대통령을 가장 존경한다는 10대 청소년, 20대 초반 청년들도 적지 않았다. 온라인 상으론 '국민의 눈높이에서 가장 서민 친화적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등의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기타'로 응답한 상당수는 특정 대통령을 꼽기보다는 '잘 모르겠다'고 답한 것이 특징이었다. 드물게 윤석열 대통령, 이승만 대통령 등을 가장 존경한다는 응답자도 있었다. 온라인 상으론 “잘한 사람이 없다", “나라를 생각하는 대통령이 없는 것 같다. 정치가 너무 좌파와 우파로 나뉘어 극단적인 정책만 펼치는 게 반복된다" 등의 응답이 대다수여서 한국 정치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을 그대로 보여줬다.
김대중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한 68세 남성은 “대구 사람이지만, 김 대통령이 가장 좋다"며 “사람이 부정부패가 없고 깔끔하다"고 했다. 온라인에서는 포용정책, 외교적 수완, 정치보복 중단 등을 이유로 꼽았다. 대학생 김모(20)씨는 “부모님이 좋아하시기도 했고, 교과서에서 좋은 사람으로 많이 봤다"고 들려줬다.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한 이모(15)군은 “그때가 가장 좋고 안정적이었다"고 평가했고, 대학생 이모(여·22)씨는 “우리나라는 전쟁의 위협이 언제든 있는 나라인데 북한과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영삼 대통령을 지지한 이모(여·29)씨는 “조선총독부 폭파, 금융실명제 도입, 하나회 척결 등 나라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큰 문제들을 해결해줬다고 생각한다"고 선택 이유를 말했다. 한 온라인 응답자는 김 대통령에 대해 “역대 대통령 중 그나마 좌·우로 쏠리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반월당에선 없었지만, 대학가에서는 드문드문 나왔다. 구도현(20)씨는 “교통 인프라를 개선했고, 경영인의 마인드가 뛰어났다"고 선택 기준을 밝혔다. 20세 대학생은 “국가장학금이나 대출 제도가 이 대통령 덕분에 많이 개선됐다"고 했다.
'1인 1표' 방식인 탓에 반월당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박근혜 대통령에 투표하지 못하는 것을 못내 아쉽게 생각했다. 박모(70)씨는 반대로 박정희 대통령에 투표하려다 텅 빈 박근혜 대통령란에 투표했다. “안타깝다"며 그에게 투표하는 60대도 있었다.
“대통령은 경제를 최우선시해야" “도덕성도 중요"

지난달 27일 대구 중구 반월당 지하상가에서 만난 상인이 영남일보 설문조사에 응하고 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대구시민들은 대통령이 가장 우선시해야 할 원칙으로 '경제 활성화 및 안정'을 꼽았다. 이 항목은 총 253표(50.1%)를 획득했다. 온라인으로 응답한 한 시민은 “국가가 있는 이유는 결국 개인의 권리 향상 및 각종 세수를 통한 사회기반시설 마련을 위해서"라며 “경제적 부흥을 통해 국가의 미래를 이어나가야 한다"며 나름의 소신을 강조했다. 반월당에서 만난 조일선(여·84)씨는 “국방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스럽긴 하지만, 가장 먼저 경제가 잘 돌아가야 국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했다. 상인 강모(여·66)씨는 “경제가 살아야지, 장사가 안 돼서 죽겠다"고 한탄했다. 대학로에서 만난 20대 김모씨는 “요즘 집값도 너무 올랐고 물가도 만만치 않아서 경제 안정화가 좀 필요하지 않나"라며 한 표를 던졌다.
두 번째는 '도덕성과 윤리적 통치'(137표·27.1%)였다. 반월당에서 만난 임모(55)씨는 “지금 정치인들은 덕성이 없다"고 꼬집었고, 박모(70)씨는 “지금 시대는 도덕성 있는 리더가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모(25)씨는 “다른 보기는 너무 당연하다"며 “요즘 들어 '도덕성 문제'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이 보인다"고 했다.
'국방강화 및 외교'(47표·9.3%)를 택한 김순홍(75)씨는 “나라부터 튼튼해야 한다"고 했다. 한 30대 남성은 “국방이 없으면 나라가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 알지 않나. 우리나라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복지증진'(31표·6.1%)에 응답한 75세 남성은 “나이 들면 복지가 튼튼해야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다"고 했다. 사회복지학과에 재학 중인 20대 이모씨는 “사회복지를 배우다 보니 복지의 중요성이 더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교육 및 인재 육성'(27표·5.3%)을 택한 60대 남성은 “나라의 미래를 위해선 인재 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최근까지 입시를 준비했던 새내기 박모(20)씨는 “양질의 교육을 통해 인재 육성을 하면 다른 부분도 잘 풀릴 것"이라고 했다.
'하나만 고를 수 없다' 등을 이유로 기타를 선택한 응답자는 10명(2%)이었다.

서민지
디지털콘텐츠팀 서민지 기자입니다.
박지현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