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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윤 전 경북도립대 총장 |
국립경국대학교가 새롭게 출범했다. 안동대와 필자가 총장으로 있던 경북도립대학이 전국 최초로 국공립대학 통합을 한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지역과 국가 발전을 선도하는 명문 대학으로 자리매김하려는 혁신적 시도의 일환이다.
우리는 대학 통합이 왜 필요한지, 통합대학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수도권 집중과 저출생으로 인한 지방소멸 위기 속에 지방대학 역시 소멸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대학은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라는 자조적인 넋두리가 이를 한마디로 표현한다. 2022년 출생아 수는 약 25만명으로, 대학 입학정원 47만명의 반 정도에 불과하다. 2040년에는 최소 50% 이상의 대학이 신입생을 채울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도 소멸하고 지역에 있는 대학도 소멸하는 위기 속에 정부가 선택한 대안은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사업'과 '글로컬 대학 30' 사업이다. 대학이 지역발전에 필요한 역할을 하도록 유도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지역의 30개 대학을 선정하여 혁신을 지원하는 것이다.
안동대와 경북도립대는 통합을 통해 '글로컬 대학 30'에 선정되었다. 혁신 역량을 인정받은 것이고 그 자체로 성과이다. 통합을 통해 대학의 운영 효율화를 극대화하고 한정된 자원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할 기회를 마련했다. 캠퍼스 특성화 전략을 통해 안동 캠퍼스는 인문학 및 백신·바이오 산업을 중심으로, 예천 캠퍼스는 동물생명공학과 응급구조 분야를 특화하여, 지역 산업 및 공공 수요와 연계한 실질적인 교육과 연구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 결과는 지역의 발전으로 연결될 것이다.
아주 낙관적인 희망이다.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희망이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고 통합이 그 자체로 혁신과 발전을 보장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통합으로 학과가 그냥 좋아지는 것도, 교수의 연구 역량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뼈를 깎는 혁신이 수반되어야 한다. 학과도 구조조정하고 교수도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이다. 지역 이기주의와 대학 이기주의도 극복해야 할 것이다. 특성화를 추진한 양 캠퍼스가 조화롭게 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대학 통합 사례를 보면 낙관만 할 수는 없다. 경북대와 상주대, 강원대와 삼척대의 통합 사례는 통합이 대학 혁신을 통해 성공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지역 갈등만 유발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평가가 많다. 통합하는 주체라고 할 수 있는 경북대와 강원대는 더 나은 대학으로 성장하지는 못했고 여전히 지역의 1등인 국립대일 뿐이다. 반면 상주대나 삼척대는 통합의 취지대로 특성 있게 성장하지 못하고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경국대학교는 이 사례들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 물론 경국대학교는 이들 대학과 다를 것이라고 믿는다. '글로컬 대학 30'의 뚜렷한 목표가 통합대학을 혁신으로 유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의 노력이 없다면 그 자체로 낙관할 수는 없다. 학교의 주체인 학생, 교수와 직원, 지역의 주민과 기업, 그리고 경북도 등 우리 모두가 통합의 정신과 취지를 살려 혁신하고 혁신을 지원하고 이를 위해 화합해야 한다.
어떻게 혁신하고 화합할 것인지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멀고 험하다. 대학 구성원 모두 혁신과 화합을 마음에 새기고 또 새기며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 결과가 창대하도록 주어진 사명의 막중함에 어깨가 무겁고 잠을 이룰 수 없다.
안병윤 전 경북도립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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