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행정통합이 끝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무산 위기에 처했다. 여야 모두의 책임이 크다. 통합의 결실을 갈망해 온 시도민에게 깊은 절망과 뼈아픈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전남·광주가 행정통합을 통해 대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과 달리 대구·경북은 혁신의 기회를 걷어찬 '정치적 인재(人災)'를 맞이한 형국이다.
수도권 일극 체제에 맞서 국토 균형발전의 새로운 축을 세우겠다던 대구경북 메가시티의 꿈은 일단 물거품이 됐다. 파격적인 재정 지원과 공공기관 이전 우선권 등 지역 경제의 숨통을 틔울 핵심 인센티브들은 날아갔다. 전남·광주가 국가적 지원 하에 미래를 향해 질주할 동안 대구·경북은 다시 소멸의 늪으로 빠져드는 가혹한 현실과 마주하게 됐다.
하지만 대구경북행정통합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시대적 과업이다. 정치권이 당파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진정 지역 생존이라는 대의를 생각한다면 실낱같은 반전의 기회는 아직 있다. 여야는 즉각 플랜 B 마련에 착수해야 한다. 무엇보다 통합법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임시국회'를 하루라도 빨리 소집해 멈춰선 통합시계를 다시 돌리는 것이다. 특히 전남·광주 통합만 수용한 민주당은 호남만 챙기는 정당이라는 역풍을 맞을 것임을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
우리는 대구경북행정통합을 무산시킨 정치권의 방관과 정략적 훼방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지역의 미래를 놓고 정치적 도박을 벌인 이들에게는 시도민이 책임을 묻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지역 소멸을 막고 새로운 번영의 기틀을 닦는 일은 정치 지도자들이 짊어져야 할 소명이다. 대구·경북의 정치 리더들은 작금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통합의 불씨를 반드시 되살려 시도민의 생존권을 수호할 책무를 다해야 한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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