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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칼럼] 반딧불의 기도

2025-03-11

[3040칼럼] 반딧불의 기도
곽현지 (곽병원 홍보계장)

"우리의 적인 공화당이 정부를 그들의 손아귀에 넣기 직전이다. 공화당은 광적인 이론에 따라 우리를 지배할 작정이다." "의회의 결정은 헌법에 근거하지 않으므로 대법원에서는 이를 무효로 한다."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공화당은 자의적인 헌법의 왜곡으로 여기고 이에 반발한다."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의 언사가 어딘가 익숙하다. 1860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링컨이 반노예주의 입장을 고수하자 남부 연합국이 북부 연방과 대치하면서 상대 진영을 공격하던 표현들이다.

당시 정치적 갈등은 부정선거와 같은 정치 공방뿐만 아니라 블랙잭 전투, 와카루사 전쟁 같은 폭력적인 사건들로 격화되었고 4년간의 내전으로 나라는 황폐해졌다. 게티스버그 전투에서는 5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는데 전투가 끝난 직후 링컨 대통령은 국립묘지 봉헌식에서 유가족과 생존자들에게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우리는 노력해야 합니다"고 연설하여 민주주의에 대한 성찰과 더불어 통합과 단결을 당부했다.

역사적으로 미국은 인종차별과 성차별 등 여러 문제를 겪었지만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제도적 발전을 이끌어 냈고 통합과 관용의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로 도약했다. 2000년 대선에서 조지 W. 부시에 패배한 앨 고어의 승복 연설 "저를 지지하는 여러분처럼 저도 실망스럽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실망감은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심으로 극복되어야 합니다. 국가가 정당보다 우선돼야 합니다"는 이를 잘 드러내는 사례이다.

2025년 3월 우리나라 역시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임박하면서 좌와 우로 나뉜 국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분노를 표출하고 있으며 이번 결정은 갈등을 심화시킬 우려를 낳고 있다. 이념의 차이가 정치 공방을 넘어 국민 간 깊은 분열과 폭력으로 이어졌던 남북전쟁 당시 상황과 비슷한 양상이다. "하수는 봉합하고 고수는 통합한다"는 말이 있지만 전지전능한 고수라 할지라도 나라가 두 동강 난 현재의 상처를 봉합하거나 통합하기 어려워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가의 생과 사를 좌우하는 안보가 취약한 상태로 노출돼있으며 국민의 생과 사를 좌우하는 의료 문제 또한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정부·국회 대립, 탄핵 공방으로 국정은 사실상 마비되었고 미래 성장에 필수적인 과제에 대한 고민은 사각지대로 밀려났다. 병원 홍보팀에 근무하고 있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매일 실시간으로 대면하고 있는 국민의료 회복이 시급함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대구 지역 1·2차 병원에서는 "○○ 의과대학 교수 초빙 X월 X일부터 진료 개시"라는 홍보 현수막이 급증하고 있는데 대학병원 교수들이 개원가로 이직하는 신호로 보인다. 의료 대란 이후 의료산업 패러다임이 바뀌고 그에 맞는 새로운 환경이 정착될 수도 있겠지만 대학병원이 구심점 없이 흔들리고 의과대학 교육마저 무너지고 있는 현상에 국민들은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

이번 주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더 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지 않기를 기도한다. 국정 정상화를 통해 미래를 향한 비전에 힘을 모으는 것이 국민을 위한 길이며 그 열쇠 또한 국민이 쥐고 있다. 국민 개개인이 의지를 가지고 국정 복구에 힘을 보태고 서로를 향해 겨누었던 총부리를 미래 성장과 발전을 향한 목표로 돌려야 한다. 그래야만 오늘의 혼란과 위기를 성숙한 민주주의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곽현지 (곽병원 홍보계장)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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