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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 인사를 찾아서] 봉화 출신 김진동 세종상공회의소 회장 "미래행정-미래산업 주도 두 도시 협력땐 지역경제발전 모델 될 것"

2025-03-12
[출향 인사를 찾아서] 봉화 출신 김진동 세종상공회의소 회장 미래행정-미래산업 주도 두 도시 협력땐 지역경제발전 모델 될 것
김진동 세종상공회의소 회장이 고향 경북 봉화에 대한 추억을 얘기하고 있다. >세종상공회의소 제공>
2011년 출범한 세종시는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 중 하나다. 인구 40만의 이 도시는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국토균형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특별자치시로 만들어졌다. 지난해 제3대 세종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취임한 경북 봉화 출신의 김진동 레이크머티리얼즈 대표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설립된 도시에서 세종상공회의소가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기업의 성장과 지역경제발전에 필요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론 결과 바탕으로 평가·분석
연구원때 습관 사업에 큰 자산

유기금속 분야 전문기업 설립
국내 유일 제조기술도 보유 중
포트폴리오 다각화 성공 비결

'사업보국' 마음가짐으로 경영
코스닥상·청암상 잇따라 수상
국가발전 기여 인정 보람·긍지


◆카이스트 연구원 출신 기업가

김 회장은 물맑고 산세 좋은 봉화군 명호면의 평범한 농가에서 태어났다. 참전용사였던 아버지는 선비처럼 꼿꼿하고 엄한 성품, 반대로 인자했던 어머니는 교과서를 몽땅 외워 버릴 만큼 명석했다. 지금도 가만히 눈을 감으면 어린날의 행복했던 풍경이 떠오른다.

"고향마을의 겨울은 정말 춥고, 혹독했어요. 초등학교 때 등굣길이 꼬박 한시간이 걸렸는데, 꽁꽁 언 낙동강 바닥이 쩍쩍 갈라지는 소리가 지금도 환청처럼 들려요. 어렵고 힘든 시기였지만 그래도 따뜻하고 행복했던 날들이었죠."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행복한 유소년기를 보낸 그는 대구 성광고에 진학하면서 봉화생활을 접었다. 이후 연세대와 카이스트 석·박사를 마치고 대림산업 대덕연구소에서 10여년간 근무했다. 연구원 생활이 익숙해지고, 삶이 안정권에 접어들 때 불현듯 사표를 던지고 독립했다.

"연구원과 사업은 참 많이 닮았어요. 논리적으로 추론을 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평가와 분석을 하는 메커니즘이 마치 사업하면서 일을 추진하고, 도모하는 것과 같죠. 연구원으로 평생 지켜온 습성이 사업하는데 엄청난 자산이 됩니다."

◆사업영역 넓혀 리스크 관리

2010년 설립한 레이크머티리얼즈(옛 레이크LED)는 유기금속 화합물 개발·제조 전문 회사다. 철·알루미늄 같은 금속과 휘발유 같은 유기물을 결합해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것이다. 레이크머티리얼즈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사빅(SABIC)과 협력을 통해 중동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미국의 액손모빌과 진행 중인 인증 평가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북미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가 공부한 1980~90년대까지는 우리나라에서 유기금속 분야가 학문에만 머물러 있었어요. 따라서 제가 이걸로 사업을 할 것이라곤 생각을 못했어요. 2000년대 접어들면서 이 분야가 산업적으로 널리 쓰이면서 독립을 결정할 수 있었어요."

국내에서 유일하게 트리메틸알루미늄(TMA) 제조기술을 가진 레이크머티리얼즈는 사업 영역이 다양하다. 반도체, 석유화학, 발광다이오드(LED), 태양광 등으로 폭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LED 관련 소재로 글로벌 마켓셰어 20%, 고효율 태양광에 들어가는 소재로 글로벌 마켓 60%를 점하는 등 알짜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김 회장은 비교적 빨리 사업의 안정적 기반을 구축한 비결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꼽았다.

"제일 중요한 건 기업이 안 망하는 거잖아요. 한 곳에만 '몰빵'하면 시장 상황에 따라 매출도 출렁거리고, 기복이 심하게 됩니다. 저희는 처음 시작단계부터 포트폴리오 구축에 공을 많이 들였는데, 그 결과 안정적 수익구조를 가지게 된 것 같아요. 한 업종이 안 좋아도 다른 업종이 받쳐주니 비교적 수월하게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포스코청암상 기술상 수상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기업 가운데 우수한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갖춰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발굴해 '코스닥 라이징스타'로 선정하고 있다. 레이크머티리얼즈는 '2024년 코스닥 라이징스타'로 선정돼 주목을 받았다.

경사는 호박넝쿨처럼 이어졌다. 포스코청암재단 이사회는 최근 '포스코청암상 기술상' 수상자로 김 회장을 선정해 다음 달 시상한다. 상금은 2억원이다. 김 회장이 창의적 업적으로 국가의 위상을 드높이고,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한 것이다.

"제철보국의 일념으로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근대화를 이끌어온 청암 박태준 선생의 뜻처럼 '사업보국'의 마음가짐으로 기업을 경영해 왔습니다. 이번 청암상 수상을 통해 레이크머티리얼즈의 기술이 국가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보람과 긍지를 가지게 됩니다."

[출향 인사를 찾아서] 봉화 출신 김진동 세종상공회의소 회장 미래행정-미래산업 주도 두 도시 협력땐 지역경제발전 모델 될 것
◆"대구·세종 협력 모델 만들어야"

세종상공회의소는 전국의 73개 상공회의소 중 마지막으로 2018년 출범했다. 탄탄한 전통기업이 뿌리내린 것은 물론 강소기업이 이전해 오면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상의의 사령탑을 맡은 김 회장은 '통합'과 '네트워크'를 강조했다.

"세종상의는 세종지역 기업의 권익을 대표하는 역할과 함께 기업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든지 기업의 성장과 지역경제 발전에 필요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지자체와 국회, 유관기관과의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기업을 분과로 나뉘어 분야별로 작은 목소리도 놓치지 않으려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세계경제는 침체의 수렁에 빠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끝없이 추락하고, 문을 닫는 자영업자도 갈수록 늘고 있다. 양적 성장을 통해 부를 축적한 한국경제 역시 예측하지 못한 변동성 앞에서 공포에 질려 있다.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다녀왔는데, 자율주행 택시가 흔히 다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직접 타보는 순간 우려는 기대로 바뀌며, 기술이 미래를 이끄는 힘이 되고 있음을 깨달았지요. 선진국이 앞선 기술력으로 국민의 생활을 편리하게 바꿔나가는 것처럼 우리 정부도 기업들의 새로운 기술이 상용화 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어젠다 세팅과 강력한 드라이브가 필요할 것입니다."

김 회장은 대구와 세종의 발전적 미래에 대해서도 언급을 잊지 않았다.

"세종시가 미래 행정의 모델이자 혁신의 중심지라면, 대구경북은 전통적인 제조업과 산업 클러스터를 기반으로 한 경쟁력으로 혁신적 미래산업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두 지역이 가진 강점을 활용해 공동연구·개발·인재육성·정책실험·녹색성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한다면 지역경제발전을 넘어 한국 전체의 경쟁력을 키우는 모델이 될 것입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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