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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혁기자〈정치팀〉 |
최근 어수선한 탄핵 정국에서 만난 한 인사가 한 말이다. 그는 그 자리에서 ○○○가 나온다면 반드시 출마해서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이후 그는 대통령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태도 등 일장 연설을 쏟아냈다. 장난인 줄 알았던 그의 출마 의지는 명확했다. 그가 향후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 은밀한 도움(?)을 요청했을 땐 정말 황당했다. '정치는 아무나 하나'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물론 혼란스러운 시기, 난립하는 후보 등을 고려하면 그가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에 던진 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내가 정치해도 000보단 잘한다'는 말을 실생활에서 쉽게 듣는 게 일상이 된 요즘이다. 하지만 그렇게 넘기기엔 그의 계획과 마음이 너무 구체적이고 뜨거웠다. 다만 일개 기자인 내가 보기에도 그는 정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남에게 부탁하고 요행을 바라는 사람이었다. 사실상 함량 미달이다.
물론 누구나 정치에 도전할 수 있다. 세상을 바꾸고, 국민을 위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정치권에 도전해 국민을 위한 삶을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가 잘못되면 그 피해가 즉시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최소한의 전제 조건이 있다. 먼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이다. 정치인은 수많은 삶의 현장에 직결될 수 있는 법안을 만들고 뜯어고친다. 현장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이가 큰 고민없이 만들어낸 법안이 노동현장에, 우리 사회에 어떤 폐해를 낳고 있는지 우리는 실생활에서 이미 느끼고 있다.
두 번째가 '리더십'이다. 정치인이 되면 여야, 지역민, 정부산하 기관 등을 설득하고 타협을 이끌어야 할 일이 수두룩하다. 타협을 위해선 자신의 고집을 꺾고 상대편의 입장과 주장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반면 리더십이 부족한 사람들이 정치권에 진출하게 되면 정치권은 정쟁, 막말, 고성 등이 일상이 되고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정치는 삼류에서 막장으로 가고 막말 정치인, 각종 비리로 수사받는 정치인, 구설수에 오르는 정치인들이 국회를 채우게 된다.
정치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하지만 아무나 해서는 안 된다. 막강한 권력에 대한 리스크가 너무 크다. 나아가 더 큰 권력과 책임을 가진 대통령의 경우 후보자의 기준이 더 엄격해야 한다. 만약 조기대선이 현실화한다면 후보들은 '내가 나라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나'부터 고민하길 바란다. 부적격자에게 나라의 방향키를 쥐어준다면 돌아오는 것은 공멸뿐이다.서정혁기자〈정치팀〉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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