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영 위원의 세상 들여다보기 - 테이블오더·키오스크 단상(斷想)
'엄마' '아빠' 만큼 빨리 배우는 말이 '택배'라는 우스갯 소리가 있을 정도로 배달문화는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해 있다. 언제, 어디서든 몇 번의 손가락 움직임만으로 원하는 물건이나 음식, 그리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이다. 편리하게 활용하는 문명의 이기와 시스템이 이젠 음식점은 물론, 공항이나 역 같은 공공시설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거스르기 힘든 흐름이 되고 있다. 무인 또는 자동화가 핵심인 변화의 중심에서 키오스크와 테이블오더의 존재감은 갈수록 커보인다. 대면 주문이 여전히 익숙한 장년층 이상 상당수는 화면을 마주하는 순간, 위축되기 십상이다. 낯설거나 당황스럽거나, 못미더워서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신속·정확·깔끔·비용절감 등의 장점을 앞세운 스마트 기기의 보급과 이용자 급증은 이미 대세로 굳어지고 있음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키오스크(kiosk)는 일반적으로 '신문이나 음료 등을 파는 매점'을 뜻하지만,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공공장소에 설치한) 무인단말기' 정도로 해석된다. 패스트푸드 매장이나 대형 카페에서의 주문은 물론, 상품설명이나 시설 이용 안내 등 활용 폭이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테이블오더는 말 그대로 매장 테이블에 앉아, 설치된 태블릿을 통해 메뉴를 주문을 하는 것이다. 젊은층이나 얼리어답터들에겐 대면 주문이 오히려 불편하고 성가실 만큼 작동이 손쉽다. 통상, 사진과 설명이 있어 친절한 안내가 실시간으로 가능하며, 직원을 부르지 않아도 추가 주문을 할 수 있는데다, 주방으로 바로 전달됨에 따라 조리 및 서빙 시간도 절약된다. 고객 편의 제공도 장점이지만, 기기를 설치한 입장에서는 인건비 절감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이 모든 게 인터넷과 디지털의 힘이다.
이같은 트렌드는 경기불황의 늪에서 인건비가 부담되는 업주들의 자구노력과 맞물려 있다. 사회 전반에 걸쳐 효율성·경제성·신속성이 강조되는 시대이다보니 자연스러운 현상이긴 하나, 아쉽고 서운하고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결제기능이 있는 테이블오더로 주문하고 로봇이 서빙한다면 식당관계자 그 누구와도 접촉없이 식사를 끝내고 문을 나설 수 있다. 정(情)과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단골문화는 머지 않아 추억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설치 매장이 늘어날수록 일자리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특히, 치열한 유치경쟁 때문에 지금은 통신사들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지만, 독과점 구도가 형성되면 자영업자들에겐 수수료가 또다른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디지털 논설위원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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