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몰린 의대생의 미래
제적 칼날 앞에 흔들린 청춘
신뢰 깨진 정책 혼란만 남아
대화·소통으로 해결한 외국
정부, 신뢰부터 정상화해야

강승규 사회2팀장
경북대가 25일 미등록 의대생들에게 제적 예정 통보서를 날렸다. 대학 측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4월 8일까지 등록하거나, 질병·육아·군휴학 사유가 없으면 제적 절차가 진행된다"고 못 박았다. 인원은 '학생 보호'를 위해 비공개 원칙을 고수했다.하지만, 의대생 200여명이 제적 위기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교육 정상화'를 외치며 강경 일변도다. 소통과 협상보다는 강압적인 행정만 고집한다. 이는 책임 있는 정책 결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힘자랑과 다름없다.
작년 정부는 분명 '학사 유연화'라는 달콤한 표현으로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줬다. 당시 학생들은 국가의 약속이라 믿었다. 그러나 1년도 지나지 않아 정부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제적'이란 칼을 휘둘렀고, 학생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1년 새 정책이 급변하는 나라에서 누가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나. 교육은 미래를 향한 설계다. 정부가 설계도를 찢고 마음대로 바꾼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국민이 떠안는다.
정책 일관성 유지는 중요하다. 또 정책 신뢰는 국가 운영의 근본이다. 이를 어길 때마다 우리 사회는 깊은 혼란과 분열을 겪어왔다. 경제정책의 급격한 변화가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외교정책의 갑작스런 전환이 국제 사회에서 국가위상을 뒤흔드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교육 정책도 예외일 수 없다. 국가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에 대해 정부가 계속 오락가락하면 그 후과는 심각할 수밖에 없다.
해외의 경우는 다르다. 2016년 영국에선 주니어 의사들이 근로조건 악화를 이유로 역사상 최초로 전면파업을 했다. 영국 정부는 처벌 대신 의료 서비스의 혼란을 막기 위한 끈질긴 협상과 대화를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수개월간 소통 끝에 합의점을 찾았고, 의료 체계는 안정을 되찾았다. 정책 갈등은 있었으나, 대화를 통한 해결이 혼란을 최소화했다.
호주 사례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20년 의료 인력난 해결을 위해 의대 정원을 확대하면서, 정부는 학생과 의료계 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긴밀히 협력했다. 신뢰를 토대로 중장기 계획도 수립, 정책의 부작용을 최소화했다. 미국은 의료 정책을 추진할 때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거쳐 혼란을 최소화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들 국가의 사례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소통과 투명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정부는 학생들과 제대로 된 논의 한 번 없이 '제적'이라는 극단적 선택만 생각하고 있다. 학생들의 요구는 개인적 이익이 아니다.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정책에 대한 정당한 의문이자, 문제 제기다. 이를 묵살하고 정부가 압박과 위협을 거두지 않으면 교육 정상화는커녕 더 큰 혼란만 초래할 뿐이다. 정부가 할 일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당장 학생들과 소통하라. 협상 테이블을 마련해 신뢰 회복의 첫걸음을 내디딛어라. 합리적이고 투명한 대화도 절실하다. 소통 없는 힘자랑으로는 해법마련이 힘들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다.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은 본질과 맞지 않는다. 정부가 진정 학생들을 생각한다면 소통과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소통 없는 일방적 강압은 결코 정상화가 될 수 없다. 국민들이 두눈을 부릅 뜬 채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