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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칠규 양복 장인이 자신이 직접 만든 맞춤 양복을 설명하고 있다. |
경북 구미시 원평동 금오산 사거리에서 'VIP테일러 양복점'을 운영하는 김칠규(65)씨는 "저 놈은 미쳤다. 진짜 지독한 인간이다. 참 바보스럽다"라는 말을 46년간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듣고 살아온 명장 중에 명장이다.
지난 1월 설 명절을 앞두고 구미시 중앙시장으로 차례용품을 사러 갔던 어르신(71·구미시 옥성면)은 39년 전 자신의 결혼식 때 예복을 맞춰준 김 명장을 우연히 만났다. 며칠 후 어르신은 양복점을 찾아가 막내아들 장가 가는 날 입을 양복을 맞췄다. 오래전 TV 드라마에서 봤던 부자(父子)의 결혼식 양복점 예복 대물림을 직접 경험한 것이다. 이곳 양복점에서는 이민을 떠난 70~80대와 구미에서 이사 간 단골손님이 5~6년 터울로 찾아와 양복 두세 벌씩 맞추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김 명장은 경북 칠곡군 북삼읍에서 태어나 가정 형편 탓으로 1979년 중학교 졸업 무렵에 먼 친적 양복점에서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허드렛일을 하다 선배들의 눈에 들어 기술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20세 무렵이다. 남성 양복 맞춤에 가장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가봉(假縫·시침)을 하다가 손바닥 곳곳이 바늘에 찔려 피가 흥건할 정도로 혹독한 견습생 시절을 보냈다. 군(軍) 복무를 마치고 1986년 'VIP 양복점'을 차렸다. 1991년에는 150m가량 떨어진 곳으로 옮겨 'VIP테일러 양복점'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10여 년의 주경야독 끝에 대학 졸업장도 거머쥐었다. 30여 년 전 맞춤양복의 기술장벽을 무너트린 새로운 기술인 '시침 없는 양복 기술'을 개발하자 신기술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드는 해프닝을 겪었다. 10여 년간 직업전문학교 교사로 출강하면서 '남성복 기능사 실기' 제목의 교육용 교재(6권)를 출간했다.
그는 경북기능경기대회 금상(2004년), 경북도 맞춤양복 명장 1호(2013년 당시 장인), 대한민국 패션부문 신지식인(2018), 백년의 가게 선정(2020년), 전국기능경기대회 심사위원, 국가기술자격시험 감독 등 장편소설이나 영화 주인공으로도 전혀 손색 없는 삶을 살았다.
현재 고용노동부 대한민국 산업현장 교수, 중소기업 기술지원, 구미시 평생학습원 강사, 30년간 경북지역 순회 양복·재봉틀 수선으로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28일엔 구미지역 기술명장으로 구성된 구미시 마이스터멘토단장을 맡아 50여 명의 멘토단원을 이끄는 새로운 길을 시작했다. 김 명장은 "먹고살기 위해 배운 양복 기술을 사회봉사와 재능기부에 사용해 멋들어진 인생 후반을 살아가겠다. 인생의 남은 과제로 생각하는 맞춤양복 기술전수도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백종현기자 baekjh@yeongnam.com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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