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용 의원, 농어촌 빈집 특별법 발의
“특별법 통해 체계적인 법적 근거 마련 필요 있어”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이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희용 의원실 제공>
지난 10일 경북의 한 군 단위 마을 초입, 잡풀이 무성하게 자란 마당 너머로 서까래가 내려앉은 흙집이 방치되어 있다. 깨진 유리창 사이로 먼지 쌓인 가재도구가 보이고, 인근 담벼락에는 '붕괴 위험'을 알리는 노란 테이프가 빛바랜 채 붙어 있다. 주민 박 모 씨(74)는 "마을 열 가구 중 서너 가구는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라며 "밤이면 불 꺼진 집들 때문에 골목이 스산하고, 비라도 많이 오면 지붕이 무너질까 겁이 난다"고 말했다.
이처럼 농어촌의 '유령 가구'가 매년 눈에 띄게 늘어나며 지역 공동체의 안전과 미관을 위협하고 있다. 현행법 체계로는 사유 재산권 보호와 복잡한 상속 문제에 부딪혀 지자체의 정비 사업이 공전해 왔으나,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전용 특별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고령·성주·칠곡)은 농어촌 빈집의 체계적 관리와 지역 활성화 연계를 골자로 하는 '농어촌 빈집 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13일 밝혔다.
정 의원이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농촌 지역에서는 매년 6만 호 이상의 빈집이 새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2023년 말 기준 농촌의 고령인구 비율은 49.8%로 전국 평균(19.0%)의 약 2.6배에 달한다. 고령의 거주자가 요양시설로 옮기거나 사망한 뒤 자녀들이 도시로 떠나며 집을 비워두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빈집 발생 속도는 더욱 가팔라지는 양상이다.
그간 농어촌 빈집은 '농어촌정비법'에 근거해 관리됐으나 실효성이 낮았다. 지자체가 강제 철거를 시도할 경우 재산권 침해 소송에 휘말릴 우려가 컸고, 철거비 지원 규모도 실제 비용에 못 미쳐 소유주들이 정비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부처별로 관리 체계가 이원화된 점도 신속한 정비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꼽혔다.
이번 특별법안은 빈집 정비의 주도권을 지자체장에게 집중시켜 집행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빈집 실태조사 및 정비계획 수립과 디지털 빈집 정보 시스템 구축 등을 의무화한다. 빈집이 밀집한 지역을 '우선 정비구역'으로 지정해 행정 절차 간소화 및 국비 지원을 확대한다. 또 지자체와 소유자, 공공기관이 협력해 빈집을 리모델링하거나 증축, 용도 변경하여 카페·숙박시설·귀농 지원센터 등으로 전환한다. 빈집 철거 부지에 주차장, 공원 등 주민 공동 이용 시설을 설치하는 것도 지원한다.
정 의원은 "현재 농어촌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맞물려 빈집 발생이 더욱 가속화될 위기"라며 "특별법을 통해 지자체가 선제적으로 정비 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안 통과를 통해 살기 좋은 농어촌 환경을 조성하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장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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