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회 현장 스케치
사내 러닝크루 하프 도전·요식업체 '1인분 서비스' 마케팅
북구소방서 대원 13명, 화재 예방 안전 퍼포먼스도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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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영남일보 국제 하프마라톤이 열린 13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에서 한 아버지가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10km코스를 달리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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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에너지〈주〉의 한 직원이 바나나 코스프레 복장을 입고 월드컵로를 달리고 있다. 이현덕 기자 lhd@yeongnam.com |
13일 오전 8시30분쯤, 제18회 영남일보 국제 하프마라톤대회가 열린 대구스타디움 일대는 이른 시간부터 참가자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저마다의 목표와 사연을 품고 모인 인파 속, 휠체어에 앉은 한 어르신에게 번호표를 정성스럽게 부착하는 남성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5㎞ 코스 완주를 목표로 대회에 참가한 최상배(60)씨와 그의 어머니 정두연(89)씨였다.
최씨는 "작년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는데, 돌아보니 함께한 기억이 너무 적어 아쉬웠다"며 "어머니와는 하루하루 더 많은 추억을 쌓고 싶다는 마음에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빠르게 달리는 건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다. 오늘은 다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 목표"라며 각오를 다졌다.
◆직장 동료와 함께한 러닝 크루
이번 대회에서는 직장명이 적힌 같은 색 조끼를 맞춰 입고, 준비운동을 하는 무리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대구 중구청 사내 러닝크루 '대구중구청마라톤클럽'은 이날 9명의 공무원이 마라톤에 참가해 의미를 더했다. 중구청 신종목 주무관은 "올해로 대회 참가가 네 번째다. 오늘도 동료들과 함께 하프 코스에 참가했다"며 "평소 일주일에 50㎞씩 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엔 하프 코스를 1시간 42분에 완주했는데, 올해는 그 기록을 2분 단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마케팅의 장으로 적극 활용하려는 요식업체 직원들도 눈에 띄었다. 고깃집 '겹겹' 범어점 직원 12명은 '오늘 마라톤 보고 오신 손님께 특수부위 1인분 서비스'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5㎞ 코스 완주에 나섰다. 직원 박동엽(26)씨는 "오늘을 위해 시간이 맞는 직원들과 퇴근 후 5㎞씩 달리는 훈련을 계속해 왔다"며 "마라톤에 참가하신 분들은 에너지를 많이 쓰셨을 텐데, 저희를 보고 찾아오신다면 서비스로 보답하겠다"고 웃음지었다.
◆"강아지와 함께 뛰어요"
13일 오전 유모차를 끌고 트랙에 나타난 김재원(여·28)씨에게 이목이 집중됐다. 이날 김씨는 유모차에 사람이 아닌 애완견을 태운 이른바 '개모차'를 몰고 5㎞ 코스 마라톤을 준비했다. 애완견 이름은 '초코'. 김씨는 초코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해주고 싶어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김씨는"강아지도 직접 뛰면 기분이 더 좋겠지만, 안전상 문제가 있으니 유모차를 동원하게 됐다. 마라톤에 특별한 기준이 어디 있겠냐는 생각에, 마라톤 참가를 결정했다"며 "다른 참가자분들도 우리 초코를 예쁘게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애완견의 '마라톤 질주'라는 생소한 광경을 접한 참가자들은 이 상황을 신기해하며, 이런저런 말을 건넸다. 정만희(7)군은 "강아지가 마라톤에 나오다니 꿈에도 생각 못했다. 동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라고 전했다. 또 이강혁(28)씨는 "친구들과 함께 대회에 출전했는데, 강아지가 너무 귀여워 잠시 혼이 빠졌다. 내년 대회엔 우리 집 강아지도 함께 출전해 추억을 남기고 싶다"고 했다.
◆'소방관'도 달려요
이날 열린 제18회 영남일보 하프마라톤대회엔 대구지역 소방대원들도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대구 북구소방서 대원 13명은 준비 운동도 남달랐다. 10㎞ 코스 출발에 앞서 '안전 예방은 무엇인가'를 제대로 선보였다.
북부소방서 이성재 예방안전과장은 "시민들과 함께 마라톤에 참여할 수 있어 즐거웠다. 출발과 동시에 '화재예방 함께해요'라는 문구가 새긴 타월을 펼쳐 보이는 안전 퍼포먼스를 구상했는데 잘 해낸 것 같다"고 말했다. 구경모·조윤화기자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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