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관세 공약 속 방산 섹터 ‘규제 사각지대’ 부각
150억 무이자 CB로 방산 공정 고도화
대성하이텍 로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편적 관세' 예고가 국내 주력 수출 업종을 옥죄고 있지만, 대구 달성군 현풍읍에 본사를 둔 <주>대성하이텍은 오히려 '안보 특수'를 입으며 증시의 새로운 피난처로 떠올랐다. 수출 장벽이 높아지는 자동차·반도체와 달리, 국가 간 전략적 공조가 우선시되는 방산 부품 분야가 트럼프 리스크의 사각지대로 인식된 결과다.
◆안보 위기가 밀어 올린 '관세 회피력'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성하이텍은 전 거래일보다 5.81% 오른 4천5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오전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자 장중 한때 20%가 넘는 폭등세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러한 주가 흐름은 관세 민감도가 높은 인근 기업들과 대조적이다. 대성하이텍 본사가 위치한 달성군 대구국가산업단지의 자동차부품 기업들은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수출 단가 상승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반면, 방산 물자는 보편적 관세 체계보다 국가 간 안보 협약에 더 큰 영향을 받는 만큼 미국의 고관세 정책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산단 인근 식당에서 만난 협력업체 관계자 양도운씨(48)는 "자동차 쪽은 관세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수주 물량이 들쑥날쑥하지만, 방산 부품 라인은 해외 안보 이슈가 터질 때마다 오히려 공장 가동률이 올라가는 게 눈에 보인다"고 전했다.
◆"이자 안 받아도 좋다"…150억 자금 몰린 이유
대성하이텍이 최근 단행한 15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 조건은 기업의 미래 가치를 수치로 입증했다. 표면이자와 만기이자가 모두 '0%'인 무이자 조건임에도 자금 조달에 성공한 것은 투자자들이 확정 이자 대신 향후 방산 부품 사업 성장에 따른 시세 차익을 선택했음을 시사한다.
실제, 투자 계획이 공개된 지난 17일 주가는 29.95% 치솟으며 상한가와 신고가를 동시에 갈아치웠다. 금융권 차입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상황에서 '제로 금리'로 자본을 수급했다는 사실 자체가 시장의 강력한 신뢰를 뒷받침한다. 조달된 자금은 전량 고성장이 예견된 방산 전용 생산 라인과 기술 고도화에 투입된다.
◆마이크론 단위의 정밀함, 방산 '황금알'로 바꾼다
대성하이텍의 승부수는 그간 자동선반 분야에서 쌓아온 초정밀 가공 기술을 방산 공급망(Supply Chain)에 이식하는 것이다. 오차 범위를 마이크론($mu m$) 단위로 제어하는 기술력은 미사일 신관이나 유도 장치 등 고부가가치 방산 부품 생산의 필수 요건이다. 방산 산업은 초기 진입 장벽이 높지만, 일단 궤도에 오르면 정부 간 계약을 통해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캐시카우'가 된다.
대구테크노폴리스에 거주하는 대성하이텍 주주 김민수씨(35)는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포기하고 전환사채에 돈을 넣는 투자자가 많다는 건 기술력이 곧 돈이 된다는 걸 시장이 인정한 것 아니겠냐"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성하이텍은 이번 자금 수급을 기점으로 방산 부품 개발에 속도를 내 기업의 질적 성장을 견인할 새로운 동력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시장은 이 회사가 동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실질적인 수주 성과를 도출하며 단순한 테마주를 넘어선 실적주로 안착할 수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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