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신 온기로 전한 메시지…TK 골목에서 시작된 저녁
현풍 시장 깊숙한 곰탕집, 김문수의 ‘말 없는 행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4일 저녁 대구 달성군 현풍읍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 후보는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을 마친 뒤, 현풍 전통시장 인근 '박소선 할매집 곰탕'을 방문해 지역 민심을 살폈다.<국민의힘 제공>
24일 저녁 9시, 어스름이 내려앉은 대구 달성군 현풍읍 시장 골목. 노란 조명 아래 '원조 현풍 박소선 할매집 곰탕' 간판이 은은히 빛났다. 골목 입구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김문수 후보 곧 온대." 누군가 속삭이듯 말했다. 분주하던 노포 앞이 조용히 숨을 죽였다.
곧이어 검정색 승합차 한 대가 미끄러지듯 도착했다. 차문이 열리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정장 차림. 두 손을 공손히 모은 그는 시장 상인들과 시민들 사이를 조용히 걸었다. 누구는 손을 내밀었고, 누구는 "문수 형님, 잘 오셨습니다" 하고 웃었다. 한 장면, 한 장면이 마치 오래된 영화처럼 느릿하게 흘렀다.
김 후보는 1시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머무는 달성 사저를 예방했다. 그리고 곧장 이 곰탕집으로 향한 것이다. 말보다 눈빛, 악수보다 온기가 더 중요해 보였다. 정치인이 밥을 먹는다는 것. TK에서는 그 자체가 하나의 상징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4일 저녁 대구 달성군 현풍읍 전통시장 앞 유세 현장에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 직후 이어진 이 유세에는 수백 명의 시민이 모여 환호를 보냈다. 김 후보는 이날 '박소선 할매집 곰탕'을 찾아 지역 민심을 살핀 뒤, 유세차에 올라 직접 메시지를 전했다.<국민의힘 제공>
가게 문을 여는 순간, 뜨끈한 곰탕 냄새가 얼굴을 감쌌다. 노포 특유의 빛바랜 나무 의자에 앉은 김 후보는 말없이 곰탕 그릇을 마주했다. 국물 한 숟갈, 밥 한술. 조용한 저녁이 시작됐다.
곰탕은 하루아침에 끓는 음식이 아니다. 한우 소양과 우족, 소꼬리를 다섯 번 이상 고아낸 국물은 맑고 깊었다. 잡내는 없고, 맛은 담백했다. 쌀뜨물과 참기름으로 끓이는 방식, 육수 위로 떠오르는 고소한 기름막. 이 집 곰탕은 TK의 오래된 시간과도 같았다. 정직하게, 천천히, 깊게.
김 후보는 식사 도중 말을 아꼈다. 대신 주변 사람들과 눈을 맞췄다.
식사를 마친 김 후보는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 숙여 인사했다. 가게를 나서자 밖에는 여전히 수많은 시민이 기다리고 있었다. 악수 요청이 쏟아졌고, 김 후보는 한 사람 한 사람 손을 맞잡았다. 그 손에는 곰탕의 온기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냄새도, 온도도, 말 없는 메시지도.
정치인의 하루는 수많은 스케줄로 빼곡하지만, 이날 김문수 후보의 저녁은 단 하나였다. 곰탕 한 그릇. TK 한복판에서 그는 그릇을 말보다 앞세웠다. 선언 대신 식사로, 주장 대신 체온으로. 그날 저녁, 현풍 골목은 따뜻했다. 곰탕 때문만은 아니었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