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경북대 등 26~28일 마감…병원들 “마지막까지 기다린다”
의료계 “전공의 복귀 없인 진료 정상화 불가능”…제도 유연성 요구

5월초 대구 한 의과대학 빈 강의실에 의학서적이 놓여있다.<영남일보 DB>
의과대학 빈 강의실에 놓인 의학서적
사직한 전공의들의 추가 모집 데드라인이 임박했지만, 대구권 수련병원 접수 창구는 아직 크게 활기를 띠진 않고 있다. 전공의들은 복귀 여부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하는 분위기다. 이번 추가 모집에 의료진들은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다. 의료계 공백을 메울 중대 분기점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다시 한 번 체계 붕괴의 그림자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지 여부가 달려서다.
정부는 대한수련병원협의회 요청을 수용해 사직한 전공의들이 수련을 재개할 수 있도록 예외적 추가 모집을 허용했다. 이는 정기 모집과는 별도로 진행되는 절차다. 각 병원이 자율적으로 전형을 운영하고 있다. 대구권 주요 수련병원의 접수 마감일은 병원별로 다르다. 영남대병원과 대구파티마병원은 26일, 경북대병원·칠곡경북대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은 27일, 계명대 동산병원은 28일 원서를 마감한다. 합격자 발표는 이달 말로 예정돼 있다.
하지만 정작 복귀를 희망하는 전공의들의 발걸음은 아직 더디다. 지역 수련병원 측은 "복귀 의사를 내비친 전공의가 몇몇 있지만, 대다수는 마지막 날까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다"며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상당수 전공의들은 복귀를 염두에 두고 있으면서도, 동료 전공의들의 움직임을 살피며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특히 레지던트 상급연차 전공의들의 고민은 더 깊다. 내년 초 전문의 시험에 응시하려면 일정 수준의 수련이 필요하지만, 본인의 복귀 결정이 동료나 병원 안팎에 미칠 파장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사직 이후에도 단절되지 않은 공동체의 시선 속에서 그들은 여전히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복귀를 저울질하는 전공의들 사이에선 군 입영 연기와 인턴 수련 기간 단축이 핵심 요구사항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군 미필 전공의들은 사직과 동시에 입영 대기 상태에 놓였기 때문에 복귀해도 언제든 입영 통지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의무사관후보생 신분으로 수련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제도적 특례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병무청은 "향후 의무장교 수급 상황 등을 고려해 전공의들이 수련을 마칠 수 있도록 최대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한수련병원협의회는 복귀 인턴의 수련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수련 기간을 9개월로 단축해줄 것을 복지부에 이미 건의한 상태다. 기존 규정상 인턴 수련은 12개월을 채워야 레지던트 수련을 시작할 수 있다. 이번 추가 복귀자들에게는 현실적인 조정이 필요하다는 게 의료계의 시각이다.
현장에선 아직 대규모 복귀 조짐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난 1~2월 모집 당시와 비교하면 분위기는 다소 유동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전공의들이 활동하는 오픈 채팅방 등에선 병원별·진료과별로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일부 수련병원은 "현 시점에선 지원 인원을 공개할 수 없다. 다만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고 했다.
이번 전공의 추가 모집은 병원 진료 정상화의 신호탄일 뿐만 아니라, 무너진 의료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첫 걸음으로 인식되고 있다.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돌아올지 여부는 향후 수련 시스템 안정성과 전문의 수급 계획, 나아가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정책 논의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