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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우리가 선택한 가정…이성커플 결혼 혜택 부럽지 않아요”

2025-05-28 21:16

5월 가정의 달 특별기획 '넓어지는 가족 스펙트럼'

<하> 성소수자 임아현(29), 최진아(29)씨 커플 스토리

대학 동아리서 만나 연인 발전 …2027년쯤 결혼예정

"차별적 시선과 법,제도 아직 멀었지만 조금씩 바뀔것"

최근 대구 자택에서 영남일보 인터뷰에 응한 성소수자 최진아(왼쪽)씨와 임아현(오른쪽)씨가 서로를 마주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조윤화 기자

최근 대구 자택에서 영남일보 인터뷰에 응한 성소수자 최진아(왼쪽)씨와 임아현(오른쪽)씨가 서로를 마주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조윤화 기자

성소수자인 최진아(왼쪽)씨와 임아현(오른쪽)씨. 두 사람은 대학 시절 성소수자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인연을 매었다. 현재 동거 중이고, 2027년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조윤화 기자

성소수자인 최진아(왼쪽)씨와 임아현(오른쪽)씨. 두 사람은 대학 시절 성소수자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인연을 매었다. 현재 동거 중이고, 2027년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조윤화 기자

"세상엔 여전히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 섞인 시선이 존재해요. 그래도 우리는 잘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지난 19일 오후 7시 대구 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임아현(29), 최진아(29)씨를 만났다. 동성 연인인 이들은 2027년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 예비 부부다.


아현씨는 12살, 진아씨는 20살 무렵 스스로 성소수자임을 '정체화'했다. 가족에게 알린 시기는 조금씩 달랐지만 현재는 전폭적인 응원과 지지를 받고 있다.


(아현) "성소수자 자녀를 둔 두 어머니의 얘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너에게 가는길'을 보고 집에가 바로 어머니에게 커밍아웃을 했죠. 펑펑 울면서 얘기했는데 정작 엄마는 '그러냐? 너가 그렇다고해서 내 딸인게 바뀌진 않는다'라며 쿨하게 넘기시더라고요. 눈물이 쏙 들어갈 정도로 저만 머쓱했죠."


성소수자 동아리들의 연대 활동이 이어지던 2016년 당시 아현씨와 진아씨는 각각 영남대와 경북대에서 학내 성소수자 동아리 대표로 활동했다. 첫 교류 활동 뒤 자주 만나면서 자연스레 서로에 대한 마음이 싹텄다. 운명같은 그들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아현) "친구로 지낸 시간이 정말 길었어요. 워낙 자주 함께 어울리다 보니 주변에선 '그럴 거면 그냥 사귀라'는 농담까지 나올 정도였죠. 그럴 때마다 서로 '내 스타일 아니야'라며 웃어넘기곤 했는데, 어느 순간 우정 이상의 감정을 확인하게 됐고, 2022년 4월부터 연인으로 관계를 정립하게 됐어요."


연애 초기 이들은 각자 본가에서 생활했다. 이후 2023년 1월 서로 살림을 합치기로 하면서 본격적인 동거 생활에 들어갔다.


(아현) "작게는 택배상자를 어디에 두는 지부터 각자가 생각하는 집안 일의 기준이 다르다보니 나는 다했다고 생각하는데 상대방은 아니기도 한거죠. 초반엔 나름대로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진아) "저희가 3년째 살면서 깨달은 건 서로 '봐주는 마음'이 있어야한다는 거예요. 처음엔 저도 제 기준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면 시키고 설득하려했더니 이게 다 잔소리가 되더라구요. 이젠 서로 귀엽게 봐주고 넘어간다는 태도가 생기다보니 집안 일이나 이런 것들을 무 자르듯 나누지 않아도 큰 마찰이 없어요."


아현씨와 진아씨가 결혼 시점을 2년 뒤로 잡은 건 진아씨의 언니가 내년에 먼저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진아씨는 "다소 유교적인 이유"라며 배시시 웃었다.


(진아) "레즈비언 농담 중에 '레즈비언은 사귄지 3개월만에 동거를 하고 1년 안에 결혼한다'는 말이 있어요. 그만큼 여자들끼리 동거하는 게 사회적으로 거부감이 없는 일이기도하고 아무래도 내가 선택한 가정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 싶다는 욕구가 성소수자들에게 더 빨리 발현되는 것 같기도 해요."


다만 두 사람의 결혼은 법적으론 인정받을 수 없다. 현행법상 결혼은 이성 간의 결합만을 혼인으로 규정하고 있어서다.


(진아) "이성 커플들이 결혼하면 받을 수 있는 혜택들은 부럽지 않아요. 그저 남들 하는 걸 똑같이 하고 싶을 뿐이에요. 만일 제게 선택지가 있었다면 결혼을 해도되고 안해도 될거예요. 결혼식을 올린 뒤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가서 혼인신고를 할 계획입니다. 한국에선 혼인신고 '불수리통지서'를 자랑스럽게 신혼집에 걸어놔야죠."


(아현) "병원에서 서로를 법적 보호자로 지정할 수 없다든지, 다양한 행정 절차에서 서로의 안전망이 되어주기 어려운 점은 늘 아쉽죠. 또 배우자의 부모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회사에 휴가를 정당하게 요청하기 어려운 것도 동성 부부가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 중 하나예요."


두 사람은 '가정'이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언제든 돌아가고 싶은 곳, 쉴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서로가 함께 있을 때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는 이들은 성소수자들을 위한 열린 사회가 도래하기를 소원했다.


(진아) "성소수자라고 말해도 '그래,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길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라요. 인터뷰에 응한 것도 누구보다 열심히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예요. 모든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과정이에요. 아직 성소수자를 받아들이지 않는 시선은 남아 있지만, 우리는 지금도 잘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거예요. 그래서 멈추지 않고 말하고, 요구하려고 해요. 그렇게 하면 조금씩 바뀔 수 있다고 믿어요."


(아현) "법과 제도는 아직 멀었지만, 사회는 생각보다 더 앞서 있어요. 유튜브 등 다양한 콘텐츠 속에서 성소수자의 존재는 이미 보편화되고 있다는게 그 증거죠. 차별금지법도 이젠 왈가왈부할 시기가 지났어요. 앞으론 단순히 차별을 막는 수준을 넘어서, 가족관계나 파트너십 관련 제도까지 이야기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궁극적으론 '결혼을 왜 해야 하는가'라는 결혼 제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도 필요하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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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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