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영양서석지서 농촌 빈집정비 확산 현장 간담회
50명 안팎 작은 마을, 빈집 9채 고쳐 연 2만5천명 방문
농어촌 기본소득 사용처 제한 등 현장 건의도 청취
15일 경북 영양군 연당리 마을의 영양서석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오도창 영양군수가 송미령 장관에게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선정 이후 실제 현장의 불편한 점을 설명하고 있다. <정운홍 기자>
"농촌 빈집은 마을의 짐이 될 수도 있지만, 어떤 이야기로 채우느냐에 따라 새로운 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15일 경북 영양군 입암면 연당리 서석지. 초여름 녹음이 짙어진 고택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오도창 영양군수, 경북도·영양군 관계자, 마을 주민들이 마주 앉았다. 이날 간담회는 '농어촌 빈집 정비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정에 따라 농촌 빈집정비 정책을 확산하기 위한 현장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송 장관이 찾은 연당리는 전체 인구가 50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산촌마을이다. 하지만 이 마을은 방치된 빈집을 카페와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되살리며 전국적인 농촌 빈집 재생 우수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마을 내 빈집 15~16채 가운데 9채가량을 고쳐 활용하면서 연간 약 2만5천여명이 찾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15일 경북 영양군 연당리 마을을 방문한 송미령 장관에게 오도창 군수가 간담회가 열리는 영양서석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운홍 기자>
송 장관은 인사말에서 "농촌은 연세 드신 분들이 많이 남고, 사람들이 떠나면서 마을 안 빈집이 많아지고 있다"며 "빈집은 경관을 해치고 안전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마을의 짐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생각을 바꾸면 빈집은 자원이 될 수 있다"며 "연당리처럼 빈집을 어떤 이야기로 채우느냐에 따라 새로운 활력으로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15일 경북 영양군 입암면 연당리 마을을 찾은 송미령 장관이 마을 주민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정운홍 기자>
송 장관은 특히 연당리 사례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30가구가 조금 넘고, 마을 인구를 모두 합해도 50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마을에 빈집을 고쳐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면서 1년에 2만5천명이나 다녀간다고 들었다"며 "연당리 사례를 다른 지역에도 많이 알려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오도창 영양군수도 참석해 농촌 빈집 재생과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추진 과정에서 나온 현장의 목소리를 함께 청취했다. 영양군 관계자들은 연당리가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을 계기로 마을 정비와 빈집 재생을 추진해 왔고, 주민들이 방치된 공간을 다시 쓸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 왔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전국 농촌지역 빈집이 약 7만8천호에 이르며, 이 가운데 약 60%는 고치면 쓸 수 있고 40%는 철거가 바람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활용 가능한 빈집은 빈집은행과 부동산 중개 플랫폼 등을 통해 거래를 활성화하고, 고쳐 쓸 수 있는 빈집은 청년 주거·창업 공간이나 마을 공동시설 등으로 재생할 계획이다. 활용 가치가 낮은 빈집은 철거비 지원을 확대하고, 철거 후 부지는 텃밭·주차장 등 마을 공동공간으로 활용하도록 유도한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인구 1만5천여명 규모의 영양군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된 뒤 인구가 800여명 이상 늘어나는 등 지역 활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농식품부는 올해 2월부터 전국 10개 군에서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최근 7개 군을 추가 선정해 내년까지 모두 17개 군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날 현장에서는 기본소득 사용 과정에서 겪는 불편도 제기됐다. 오도창 영양군수는 소비처가 제한적인 면 단위 지역의 경우 기본소득 사용처와 생활권 기준 때문에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사례가 있다며, 실제 거리가 가까운 지역 농협에 대해서는 사용을 인정해 달라는 의견이 있다고 설명했다. 면 지역은 일반 상점이 많지 않은 데다 농협이 주민 생활과 밀접한 소비처 역할을 하는 만큼, 현장 여건을 고려한 기준 보완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15일 경북 영양군 연당리 마을을 방문한 송미령 장관이 영양서석지에 마을 주민들과 둘러 앉아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정운홍 기자>
이에 송미령 장관은 "잘 살펴보겠다"고 답하면서 영양군이 기본소득 시범사업 지역 가운데 인구 규모가 작은 지역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출발은 조금 느릴 수 있지만, 연당리처럼 아기자기한 사례를 만들어 가면 나중에는 더 탄탄하게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빈집 관리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연당리 마을개발 추진위원회 정준영 위원장은 외지 소유자가 빈집을 방치할 경우 여름철 풀과 해충, 경관 훼손 문제가 반복되는 만큼 빈집 소유자에게 최소한의 관리 책임을 부여하거나, 마을 차원의 관리 비용을 마련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송 장관은 "빈집 소유자에게도 의무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이해된다"며 "전국 단위 제도화는 쉽지 않더라도 마을이나 군 단위에서 작동할 수 있는 틀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당림을 운영하는 허진수 대표의 정착 이야기도 간담회 분위기를 부드럽게 했다. 허 대표는 영양에 내려와 농촌에서 자리 잡기까지 쉽지 않았던 과정과 마을 주민들의 도움을 소개했다. 그는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어르신들이 아들처럼 챙겨줘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본소득 지급 이후에는 주민들이 카페를 찾아 소비하는 분위기도 생겼다는 이야기가 오가며 현장에는 웃음이 이어졌다.
이날 간담회는 장관이 참석한 공식 현장 일정이었지만, 주민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송 장관은 주민들에게 빈집 재생 과정의 변화와 기본소득 사용 불편 등을 묻고 답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송 장관은 "주민들이 지역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변화에 관심을 갖고, 어떤 점이 개선되면 좋을지 계속 의견을 내주길 바란다"며 "연당리의 사례가 농촌 빈집을 새로운 활력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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