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법원. 영남일보 DB
대구 수성구 연호지구내 89만6천㎡ (27만평 부지)에 들어설 '법조타운' 건설 사업이 한창인 가운데, 대구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대법원 유치 계획은 안갯속으로 사라졌다. 28일 지역 정가와 법조계에 따르면, 6·3 대선을 앞두고 발표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최종 지역 공약에서 '대법원 대구 이전'을 명시한 구체적 사업 계획이 사실상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법원 이전을 계기로 사법수도를 겨냥했던 대구로선 암단한 소식이다. 꺼져가는 불씨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법안 발의'까지 했던 민주당의 침묵
대구 법조계의 실망감은 더불어민주당의 태도 변화에서 기인한다. 민주당은 2021년 '사법부 지방 이전'을 공론화하며 대법원의 대구 이전을 공식화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법 여권 의원 13명이 대법원 소재지를 대구로 명시하는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며 지역의 기대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당시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대구는 민주주의 정신과 비수도권 균형축을 갖춘 도시"라며 대법원 이전이 국가적 전략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자 이재명 후보의 공약집에서 해당 사안은 자취를 감췄다. 지역의 한 변호사는 "당 차원에서 개정안까지 내놓으며 불을 지펴놓고는 대선 정국에서 입을 닫는 것은 지역민을 기만한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장소' 지운 국민의힘 공약… 공수표 우려 확산
수도권 공공기관의 대대적 이전을 천명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역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김 후보는 공약에 주요 사법기관의 지방 이전을 포함했으나, 이전 대상지로 '대구'를 명시하지 않은 채 추상적인 방향성만 제시했다.
이는 대구 법조타운 이전 확정으로 상업용지 투자와 개발 기대가 높아진 연호지구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대구법원(지법, 고법)과 검찰청 이전이 확정된 연호동 일대는 대법원 유치를 통해 실질적인 '사법 수도'의 완성형을 기대해 왔으나, 유력 후보의 확답 부재는 관련 논의를 수년 전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 "사법 개혁 기회, 이번 대선 놓치면 사장될 것"
지역 법조계에서는 독일이 칼스루에(Karlsruhe)에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두어 사법 독립과 지역 균형을 동시에 잡은 선례를 들며 정치권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대구 법조타운이 단순한 지방 관공서 이동을 넘어 사법 행정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이다.
대구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원 이전은 지역의 이익을 넘어선 국가 균형 발전의 상징"이라며 "정치권이 선거 때만 지역의 상징성을 이용하고 실행 단계에서 발을 빼는 행태가 반복된다면, 사법 수도 대구의 꿈은 영영 희망고문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동현(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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