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긴급이사회서 건강 이슈로 공식 사의 표명
작년 9월 취임…9개월간 염색공단 체질 개선 힘써
올초 폐수유출 사고 수습 이후 건강 갈수록 악화돼
박광렬 이사(무길염공 대표) 직무대행 체제 전환

서상규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 <영남일보DB>
건강상 이유로 사의를 표명한 서상규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이하 염색공단) 이사장이 2일 사퇴했다. 리더십 공백 사태를 맞은 염색공단은 당분간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서 이사장은 이날 염색공단에서 열린 2025년도 제5차 긴급이사회에서 "더 이상 건강이 허락하지 않아 (이사장직을) 견디고 버티기가 힘들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서 이사장은 전임 안규상 이사장이 지난해 7월 사퇴하면서, 같은 해 9월 치러진 보궐선거를 통해 선출됐다. 임기 동안 염색업종 해제, 뿌리산업 특화단지 추진 등 염색산단이 직면한 현안 해결에 힘썼다. 그 결과, 지난달 30일 역점 사업인 정부 추진 '뿌리산업 특화단지' 지정을 이뤄내며 친환경 산단으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등 염색산단의 실질적인 체질 개선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20여차례 이어진 폐수 유출 사고는 재임 기간 '옥에 티'로 꼽힌다. 이 사고는 그간 염색산단의 해묵은 '환경 리스크'를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끌어올린 계기가 됐다.
이날 열린 긴급이사회에서 서 이사장은 짧았지만 9개월간 염색공단 이사장직을 수행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작년 9월 이사장 당선 이후 공단의 어려운 여건을 헤쳐나가고, 입주 업체들에게 보다 나은 경영여건을 만들어 드리려는 충심과 봉사하는 마음으로 이사장직을 수행해 왔다"며 "이사장 선출 이후 단 하루도 빠짐없이 공단 업무에 충실히 매진했고 책임감과 의무감, 사명감으로 원가절감에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이사장직을 내려놓은 사정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서 이사장은 "지난 1월8일부터 노후 폐수관으로 인한 공단천 보랏빛 폐수 유출 이후 4월말까지 20회 이상 알칼리 폐수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면서 "당시 폐수 사건의 책임을 지고 이사장직을 내려놓으려고 여러 차례 생각했지만, 이사장의 책임과 사명 및 의무감에 24시간 대기상태로 4개월간 수습에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육체적·정신적으로 많이 지쳐 있고, 평소 지병(당뇨 외 신경계)이 악화돼 한 달여 만에 체중이 10여㎏ 감소하는 등 건강이 심각한 상태가 됐다. 짧은 기간 동안 혼란과 혼돈, 스트레스로 건강을 해치는 와중에도 임기는 마쳐야겠다는 신념과 책임감으로 버텼지만, 이젠 한계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서 이사장의 갑작스러운 사임 의사에 이사회 임원들은 안타까움을 표했으며, 일부 임원은 서 이사장에게 임기를 이어가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사임 이유가 다른 것도 아닌 건강인 탓에 이사 및 감사들은 서 이사장의 사임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는 게 공단 측의 설명이다.
서 이사장의 사임으로 염색공단은 보궐선거 전까지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리더십 공백을 메울 이사장 직무대행은 염색공단 이사인 박광렬 <주>무길염공 대표가 맡았다. 이사회는 조만간 다음 이사장 보궐선거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보궐선거를 통해 취임하는 제16대 이사장은 기존 서 이사장의 임기인 2027년 3월까지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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