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자조적인 목소리 분출
“책임지고 스스로 물러나야”

3일 오후 8시 제21대 대통령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 국민의힘 대구시당사 5층 개표상황실에 모인 지역 국회의원 등이 실망한 표정을 내비치고 있다. 영남일보DB
국민의힘 대구경북(TK) 정치권이 21대 대선 패배로 인한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3년여 만에 야당 의원으로 전락한 데다 패배 수습에 대한 방향도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 "길을 잃었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4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TK 지역 현역 의원들은 하나같이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 중진 의원은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거 패배에 대해 "낙담 그 자체였다"라며 "출구조사를 보고 우리가 이 정도까지 져버릴 줄 상상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다른 TK 의원도 "마음이 좀 힘든 상태"라며 "계엄과 한덕수 전 총리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했던 부분들이 패배의 원인"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TK 의원도 "전쟁에서 지면 책임론과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이 나오듯이 우리도 그런 상태"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TK 의원은 "답답한 상태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고 곧 의원총회가 열리면 다양한 목소리들이 분출될 것"이라고 했다.

3일 오후 8시 제21대 대통령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 국민의힘 대구시당사 5층 개표상황실에 모인 지역 국회의원 등이 실망한 표정을 내비치고 있다. 영남일보DB
지역 의원들은 이번 대선 패배로 정권을 내어준 만큼 소수 야당의 위치에서 거대 여당과 정부까지 상대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역부족이라며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한 TK 의원은 "소수 야당이 됐고 이재명 괴물 정권에 맞서 싸우기 위해 당이 다시 하나로 뭉쳐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내부 총질로 인해 그런 동력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당내에서 제기되는 친윤(친윤석열)계 지도부 책임론도 터져 나왔다. TK 의원실 관계자는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해 지도부는 몽땅 사퇴해야 한다. 의원들이 아직 얘기를 안 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친윤들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며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도 친윤들 탓에 무산된 것 아니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물러나고 당이 혁신적인 인물로 다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관련해서는 '민심'을 들었다. 지역 한 중진 의원은 "지지기반 확대를 위해선 당이 민심이 맞게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당원을 늘리기 위한 노력도 더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내년 지방선거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장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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