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과 에메랄드 빛 수면, 이국적인 풍광 연출
“지금이 제일 예쁜 때”…입소문 속 조용한 열기
정식 관광지 아냐…시설·안내 부족해 주의 필요

대구 달성군 가창면 폐채석장이 깎아지는 절벽과 에메랄드빛이 나는 호수로 한국의 캐나다로 불리며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5일 오후 모습.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대구 달성군 가창면 폐채석장이 깎아지는 절벽과 에메랄드빛이 나는 호수로 한국의 캐나다로 불리며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5일 오후 모습.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한때 이 곳은 채석장이었다. 깊숙한 산속, 회색 바위가 겹겹이 쌓인 절벽 사이로 큰 물웅덩이가 형성됐다. 사람이 떠나자 어디선가 물줄기가 새어 들었다. 거칠게 깎였던 절벽은 나무와 덩굴로 뒤덮였다. 채석 흔적이 남은 곳엔 에메랄드빛 물로 채워졌다. 그 풍경이 마치 캐나다 로키산맥 속 어느 호수를 닮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SNS에선 '한국의 캐나다'라는 별명이 붙었다.
기자가 8일 이 곳을 찾아갔다. 대구 달성군 가창면행정복지센터에서 국도 30번을 따라 청도 방면으로 10㎞가량 내려갔다.팔조령 터널 초입 좌측에 있는 '범룡사'를 지나 100m쯤 더 가자 폐채석장 주차장이 나타났다. 도보 2분정도 숲길을 따라 들어가면, 절벽과 물웅덩이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 때가 오후 3시 50분쯤.
바람 한 점 없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눈앞엔 수려한 자연풍경이 펼쳐졌다. 높이 40m 안팎으로 치솟은 거대한 절벽들이 청록빛 물 위로 그림자를 짙게 드리웠다. 절벽은 칼로 자른 듯 수직으로 뻗어 있었고, 표면은 거칠고 울퉁불퉁했다. 푸른 이끼와 고목 뿌리가 바위 틈새에 파고든 흔적들이 시간의 흐름을 실감케 했다. 바위 표면은 곳곳이 자줏빛, 회색, 담황색으로 얼룩졌다. 누군가 거대한 화폭 위에 붓칠을 한 듯 했다.
티없이 맑은 물빛이 처음엔 옥색 같다가도, 해가 구름 사이로 들면 짙은 에메랄드 빛으로 변했다. 햇살이 반사되자 은빛 파편처럼 수면이 반짝였다. 현장에서 만난 방문객들은 "이게 진짜 자연이 만든 색이냐"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대구 달성군 가창면 폐채석장이 깎아지는 절벽과 에메랄드빛이 나는 호수로 한국의 캐나다로 불리며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5일 오후 모습.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대구 달성군 가창면 폐채석장이 깎아지는 절벽과 에메랄드빛이 나는 호수로 한국의 캐나다로 불리며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5일 오후 모습.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특히 눈에 띈 건 절벽과 물이 만들어내는 경계였다. 그 자체로 완결된 조형물이다. 풍경은 움직이지 않지만, 보는 사람의 시선은 끊임없이 흔들린다. 광산 유적지의 거칠고 황량한 느낌이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정적인 아름다움이 잔뜩 묻어났다.
드론으로 내려다보면, 호수는 마치 산 속에 숨어 있는 '비밀 호수' 같았다. 절벽 단면이 계단식으로 둘러싸여 마치 자연이 만든 원형극장을 연상케 했다.
웅덩이 가까이에서 촬영을 하던 박모씨(37·서울)는 "캐나다 모레인 호수도 가봤는데, 여긴 색이 더 진하다"며 "사람 손이 닿지 않은 느낌이라 더 특별해 보인다"고 했다.
이날 웅덩이 주변엔 수십 명의 관광객이 찾았다. 앞다퉈 사진을 찍거나 바위에 걸터앉아 초연하게 풍광을 음미했다. 드론을 띄워 절벽을 내려다보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이 곳은 공식 관광지로 등록되지 않은 비공식 명소다. 주차장 외엔 별도 안내 시설과 안전요원도 없다. 낙석·미끄럼 위험도 상존한다. 대다수 구간은 사유지다. 최근엔 무단출입 문제로 경찰이 출동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도 이 풍경만큼은 최고였다. 자연에 의해 복원된 장소이기에 보존 역시 자연스럽고 조용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SNS에서 '핫플'로 부상하는 지금이 가장 조심스러워야 할 때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많다. 바위 위에 앉아 물빛을 바라보던 한 남성(35·경북 안동)은 "너무 유명해지면 사라질까 봐 걱정"이라며 "지금이 가장 아름다울 때 같다"고 우려했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