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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에서 만난 사람] 사회복지학자 이지선 교수 “재난 영화 같은 인생에도 ‘꽤 괜찮은 해피엔딩’이 찾아왔죠”

2025-06-10 20:37

4일 아양아트센터서 브런치콘서트 강연자로
25년 전 사고 겪고 모교 교수로 재직하기까지
트라우마 극복하면서 겪은 ‘외상 후 성장’ 경험담
“아픔 직면할 용기…결국 용기·희망으로 찾아와”

지난 4일 아양아트센터에서 열린 2025 인문학과 함께하는 브런치콘서트에서 사회복지학자 이지선 교수가 '상처투성이 인생에서 해피엔딩'을 주제로 강연을 펼치고 있다. <아양아트센터 제공>

지난 4일 아양아트센터에서 열린 2025 인문학과 함께하는 브런치콘서트에서 사회복지학자 이지선 교수가 '상처투성이 인생에서 해피엔딩'을 주제로 강연을 펼치고 있다. <아양아트센터 제공>

지난 4일 아양아트센터에서 열린 2025 인문학과 함께하는 브런치콘서트에서 팝페라 그룹 '송클레어'가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의 넘버 '내일을 향한 계단'을 부르고 있다. <아양아트센터 제공>

지난 4일 아양아트센터에서 열린 2025 인문학과 함께하는 브런치콘서트에서 팝페라 그룹 '송클레어'가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의 넘버 '내일을 향한 계단'을 부르고 있다. <아양아트센터 제공>

"인생이 영화라면 제 인생이 재난 영화처럼 되어버린 거예요. 난 로맨틱 코미디 정도가 좋은데 말이죠."


전신 화상의 상처를 딛고 일어선 이지선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 4일 아양아트센터에서 열린 '2025 인문학과 함께하는 브런치콘서트'의 강연자로 나서 이렇게 말했다. 이 교수는 자신을 '사고와 잘 헤어진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직면하고 싶지 않은 아픈 모습에서도 이렇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품는 것, 그것이 우리가 다른 것을 직면하게 되는 아주 큰 힘이 된다"는 깨우침을 전했다.


'상처투성이 인생에서 해피엔딩'을 주제로 한 이날 콘서트는 대구 지역 팝페라 그룹 '송클레어'의 무대로 시작됐다.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로 문을 연 공연은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의 넘버 '내일을 향한 계단'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강연 주제를 관통하는 노래였다.


이지선 사회복지학자. <아양아트센터 제공>

이지선 사회복지학자. <아양아트센터 제공>

이 교수는 25년 전, 이화여대 재학 중 불의의 사고를 '만났다'. 음주운전이 초래한 6중 추돌사고로 전신의 55%에 2·3도 화상을 입었다. 죽음의 문턱에서 겨우 돌아온 그는 수십 차례 피부 이식 수술을 받았지만, 피부는 줄어들고 당겨지며 변해갔다. "수술을 더 받는다고 해도, 사고 전으로 돌아갈 순 없었어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을 잃어버렸다는 걸 알게 되었죠."


회복의 여정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극단적인 생각에 휩싸인 날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주저앉고 웅크린 자신을 일으킨 건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였다고 했다. 그는 "인생을 동굴이라 생각하고 들어가 있었지만, 결국 인생은 어려운 터널이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지난 4일 아양아트센터에서 열린 2025 인문학과 함께하는 브런치콘서트에서 사회복지학자 이지선 교수가 '상처투성이 인생에서 해피엔딩'을 주제로 강연을 펼치고 있다. <아양아트센터 제공>

지난 4일 아양아트센터에서 열린 2025 인문학과 함께하는 브런치콘서트에서 사회복지학자 이지선 교수가 '상처투성이 인생에서 해피엔딩'을 주제로 강연을 펼치고 있다. <아양아트센터 제공>

사고 이후 삶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이 교수는 인생의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하는 누군가가 있다고 믿으며 다시 일어섰다. "꽤 괜찮은 해피엔딩이 있을 거란 약속을 받고, 주연 배우가 중도 하차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것"이라며 회복 과정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홈페이지에 글로 남기기 시작했다. 이후 출간한 책 '지선아 사랑해'는 40만 독자의 사랑을 받았고, 2022년에는 '꽤 괜찮은 해피엔딩'을 펴내며 다시 한 번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렇게 2023년, 그는 모교인 이화여대로 돌아왔고 현재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강연에서 이 교수는 '외상 후 성장' 개념을 중심으로 트라우마가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설명했다. "트라우마란 마음의 보호막이 찢어지는 경험"이라며 대부분 좋은 일이 될 수는 없지만 그로부터 '좋은 것'을 이끌어내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트라우마를 통해 마주하게 되는 세 가지 변화를 소개했다. 첫 번째는 내가 누군지 깨닫는 것, 두 번째는 관계의 재구성, 세 번째는 인생 철학의 변화다. 그는 "사고를 통해 인생의 유한함을 알게 됐다. 이제는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에 집중하는 삶을 살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를 바탕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먼저 '의도적 반추'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기억을 직면하고 되새김질하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그 과정 속에서 느낀 감정을 글, 춤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하는 '정서적 노출'이다. 마지막은 사회적 지지다. 존경, 관심, 애정 어떤 방식이든 오롯한 '나'를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관계를 찾는 것이다.


이어 이 교수는 "누군가의 상처를 쉽게 재단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인생은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걸 꼭 기억하길 바란다"고 강조하면서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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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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