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영 논설위원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호평을 받은 한국 창작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지난 8일(현지시간) 토니상의 극본상과 작곡·작사상을 받았다. 토니상은 미국 연극·뮤지컬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권위 있는 상이다. 2016년 한국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미래를 배경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이다. 앞서 이 작품은 '뉴욕 드라마 비평가 협회'와 '드라마 리그 어워즈'에서 수상한 데 이어 '2025 외부 비평가 협회상'에서 '최우수 브로드웨이 뮤지컬' 등의 상을 받았다.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석권한 '기생충',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과 함께 한류 열풍의 위력을 다시 보여준 의미 있는 성과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서양화가 중 한 명을 꼽으라면 많은 이가 빈센트 반 고흐라고 말한다. 인상주의의 대표 화가인 고흐의 작품을 보면 문득 일본풍의 작품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몬드나무' '비 내리는 다리'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 채색목판화인 우키요에의 영향을 받았다. 모네는 일본풍 정원까지 만들어 이를 그렸다. 음악 분야에선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이 일본문화의 영향을 받았다. 아예 일본 여성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 150여 년 전 일본문화에 열광하는 '자포니즘(Japonism)'이 유럽에서 대유행한 것이다. 앞서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까지는 중국풍이라는 의미의 '시누아즈리(Chinoiserie)'가 큰 인기였다. 특히 도자기에 대한 사랑이 깊었다. 이렇듯 과거 유럽인에게 동양은 신비스러운 미지의 세계였고 그 문화를 추종했다.
시누아즈리, 자포니즘에 이어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 드라마에서 시작해 대중음악, 영화 등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BTS' '블랙핑크' 등의 인기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기생충'은 물론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은 안겨준 '미나리' 등의 영화도 한국문화 위력을 보여준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상의 한국 콘텐츠도 인기가 놀라울 정도다. 아시아, 미국에서 일던 한류 바람은 유럽, 중남미까지 퍼져나갔다. 대중문화 중심의 한류가 순수예술로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한강의 한국 첫 노벨문학상 수상, 피아니스트 임윤찬·조성우 등 젊은 예술인들의 세계 최고 권위 콩쿠르 수상은 우리 문화가 다양한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6·3 대선을 통해 이재명 정부가 새롭게 탄생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다양한 문화 관련 공약을 내놨다. 2030년까지 시장 규모 300조 원, 문화 수출 50조 원 시대를 열겠다는 의지가 깔린 공약이다. 현재 국가 총지출의 1.33%에 불과한 문화재정을 문화 강국에 걸맞은 수준으로 대폭 늘려 △K 컬처 플랫폼 육성 △창작 인프라 확충 및 인센티브 확대 △웹툰 산업 적극 육성 △문화 예술인 지원 강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도자기 중심의 시누아즈리, 미술 중심의 자포니즘에 이은 한류는 그 확장성이 더 크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중국풍, 일본풍 문화보다 한 단계 성숙시켜 한순간의 인기로 끝나는 한국풍 문화가 아닌 전 세계인의 문화로 자리 잡도록 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의 지원과 투자는 필수다. 그래야 문화가 발전하고 우리 문화에 대한 사랑도 커진다. 이재명 정부의 2030년 목표가 꼭 이뤄지길 바란다. 김수영 논설위원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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