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포항 인근의 동해 시추탐사 관련 정부 출자 예산을 전액 삭감한 내년도 예산제안서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고 한다.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내년 예산이 이대로 '0원'이 되면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일컫던 자원개발 사업은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된다. 새 정부 출범 열흘 남짓 만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 띄운 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서둘러 폐기처분하는 듯한 인상이 짙다.
자원개발사업의 성패는 지속성이 관건이다. 정권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된다. 가이아나 사례에서 보듯 초기 성과가 미미하더라도 개발을 이어간 국가와 기업이 결실을 거둔다. 동해 울릉분지처럼 당장은 상업성이 입증되지 않은 지역이더라도 꾸준한 탐사가 필요한 이유이다. 중국, 일본이 확보한 시추공 데이터는 작년 말 기준 각각 4만8천개, 800개에 달한다. 한국은 70개 채 되지 않는다. 이런 데이터 축적으로 경쟁국을 이기는 건 오직 '운(運)'뿐이다. 이달 중 1차 탐사시추의 중간결과가 발표된다.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여전히 '석유 시스템' 구조 자체는 양호한 것으로 판단하고 지속 개발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한 번의 시추로 바로 석유·가스가 나온다면 산유국이 안 되는 나라가 어디 있겠나.
'삼성 시총의 5배'라는 화려함으로 포장되고 대통령이 직접 브리핑하면서 상당히 정치화한 사업이었다. 그러나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특정 정권의 이익이 아니라 국가미래와 경제안보를 위한 우리 모두의 비전을 담고 있다. 이제라도 당연히 정치색(色)을 빼야 한다. 객관적이고 과학적 접근으로 더 세밀히 들여다본 후 진퇴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그게 이재명 정부가 누누이 강조하는 실용적 태도에도 부합한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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