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민교 대구대 명예교수·<전>총장직무대행
유명 운동 선수나 대학 학과·정당 등이 여러 이유로 개명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최근 기업들도 사명 변경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와 시사점을 살펴보자.
사명은 곧 브랜드 이미지이자 브랜드파워를 나타내므로 소비자에게 오랫동안 각인돼 온 사명을 바꾸는 일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자칫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역사를 한 번에 잃거나 소비자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을 뿐 아니라 사명 변경에 엄청난 비용도 수반된다.
그런데도 사명 변경하는 이유는 뭘까? 첫째, 기업 간 M&A로 주인이 바뀌는 경우이다. 대유그룹이 위니아만도를 인수하면서 '대유위니아'로 바꾸었다. 둘째, 사업영역이나 비전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사명을 변경하는 경우이다. SK에너지는 기존 석유화학에 국한된 사업을 배터리, 소재 산업까지 확장하면서 'SK이노베이션'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셋째, 시대 변화에 맞춰 기존 낡은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이다. 국제화 추세에 맞춰 럭키금성그룹이 LG로, 선경그룹은 SK로 각각 그룹명을 변경한 경우이다. 넷째,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 소위 '이미지 세탁'에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사명 변경의 성공 사례는 세계적인 SNS 인스타그램의 경우이다. 당초 다른 이름으로 시작되었지만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인스타그램으로 변경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아마존은 애초 다른 이름으로 온라인 서점 서비스만 제공했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강인 아마존으로 사명을 바꿔 세상 모든 것을 거래하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성장하였다. 지역에서도 DGB금융그룹이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서 'iM'금융그룹으로 변경한 경우와 지역 중견 건설회사인 '화성산업'이 3세 경영체제를 구축, 지역을 넘어 다양한 업종으로 다각화를 추진하면서 'HS화성'으로 변경한 사례가 있다. 반면에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페이스북의 경우, 2021년 '메타'로 사명을 바꿔 가상 메타버스 사업을 키우겠다는 비전을 담았지만 인지도를 높이기는커녕 오히려 페이스북 브랜드 가치만 떨어뜨렸다는 평가다.
사명 변경은 단순히 기업의 이름을 넘어 정체성을 다시 정립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로 확장하는 시도이므로 단순한 '간판 갈기'가 아닌 변경된 사명에 걸맞은 비즈니스와 실체를 구현해야 성공할 수가 있다. 학생 모집에 실패한 학과의 잦은 명칭 변경이나 우리 정치사에 잦았던 당 간판만 바꿔 달기가 결국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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