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대학 입학, 서울 생활 첫 시작 단계 경향
지역 학생들 “일자리 기회 많은 서울서 살고 싶다”
위상 높았던 대구권 국·사립대, 점차 경쟁력 약화
정부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 기대반 우려반
지역 인재 상주하는 ‘쿼터제’로 젊은 지역 유지해야
지난해 11월11일 오전 대구 남구 한국불교대학 대관음사에서 한 학부모가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자녀의 수능 고득점을 기원하며 기도하고 있다. 이윤호 기자 yoonhohi@yeongnam.com
대구는 '교육 수도'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을 만큼 초·중등교육에 대한 학구열이 강한 지역이다. 하지만 고교 졸업 후, 이 타이틀은 무색해진다. 성적 상위권에 있는 대구지역 학생들의 눈은 오롯이 '서울'로 향해 있다. 중위권 학생들도 진학 목표 대학이 '인서울 대학'이라고 망설임 없이 말할 정도다. 이처럼 젊은 세대의 지향점은 명확해보인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기반으로 교육·경제·사회·문화적 높은 혜택을 다양하게 누릴 수 있기를 원하는 분위기다. 그 모든 것을 충족시켜 주는 곳이 바로 수도권으로 인식하고 있다. 결국 대입준비가 곧 서울살이의 출발선이 되고 있는 셈이다.
◆묻지마 '인서울 대학' 진학이 기회의 땅(?)
계층 이동 사다리에 상층부에 진입할 수 있는 가장 일반화된 분야는 바로 교육이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열심히 공부해 크게 성공하거나 좋은 일자리를 얻었을 때 많이 사용돼 왔다. 그간 성공을 위한 확실한 방법은 명문 대학 입학이 첫 관문으로 인식됐다. 명문대를 졸업해야 취업 확률이 높아지고, 국내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학연·지연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구조를 형성할 수 있어서다. 이에 국내 교육의 기본코스이자, 본질은 바로 '대학 입시'라고 단언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지역 고교생들이 서울 등 수도권 대학 진학을 선호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종합해 보면 목표는 동일하다. 자신의 성장에 필요한 기회가 열려 있고, 또 그 루트도 다양하다는 이점이 있는 지역이 서울이라는 것이다.
교육부·한국교육개발원(KEDI)의 데이터를 보면 대구 수험생의 약 20%가 매년 수도권 대학에 진학한다. 지난해 기준 대구 수험생의 3천800명 정도가 서울로 향했다. 이중 교육열이 높은 대구 수성구 내 고교에선 평균 30%가량이 서울행을 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 대표 고교로 알려진 대구 경신고의 경우, 지난해 재학생 200여명 중 약 30%가 수도권 대학에 입학했다. 전체의 절반가량은 대구권 대학에 진학했다.
이처럼 묻지마 서울행에 대한 열망만큼 대구지역 사교육비도 높은 편이다. 지난 3월 교육부가 발표한 '2025년 초·중·고교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대구지역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44만5천원이다. 전국 17개 시·도 중 상위권(5위)에 속한다. 전국 평균 사교육비(45만8천원)보다는 적지만, 서울(66만3천원)과 경기(49만9천원) 수도권을 제외하면 전국 3위에 해당한다.
대구권 대학에 재학 중인 김정현(20·수성구 지산동)씨는 "현재 학교에 다니면서 반수(재수)를 준비하고 있다"며 "서울에서 생활하고 싶다. 좋은 일자리를 찾으려면 출신 대학이 중요하고, 서울에선 진로 선택지가 넓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해 모 대학 OTT에서 방영한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라는 제목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서울에 대한 동경심리가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고 했다.
2025년 전국 시도별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현황 <교육부 제공>
◆하락하는 대구권 대학 위상
현재 모든 고교 대입 기준이 수도권 대학, 특히 서울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서울대 대입 기준에 변화가 생기면 나머지 대학들도 따라가는 추세다. 일부 지역 고교들도 수도권 대학의 대입 전형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한다. 지역 고교의 명성은 서울대에 몇 명을 보냈느냐가 기준이 된 지 오래다.
지역 학생들의 수도권 대학 선호 경향이 강해지는 만큼, 현재의 대구권 대학의 경쟁력에도 궁금증이 생긴다. 그간 대구권에선 지역거점국립대 경북대와 한강 이남 최고 사학으로 불리었던 영남대가 지역을 대표했다. 경북대는 1946년 설립 후 전자공학과를 중심으로 학교 출신 다수가 대기업 임원으로 포진해 있었다. 타 지역에서 유입되는 입학 인원도 많을 정도로 위상이 높았다. 영남대는 당시 박정희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법학대학에서 수많은 사법·행정고시 합격자를 배출했다. 한때 법조계에선 '영남대 출신'이 대부분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2025학년도 SKY 대학 지역별 진학 현황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제공>
하지만 대구권 대학들은 198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역 우수 인재들의 수도권 진학 의지는 점차 강해지고, 지역을 지탱하던 산업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나름 번듯한 대기업·중견기업들이 빠져나가면서 제조업 등 양질의 일자리가 줄었고, 지역 인재를 소화할 수 없는 산업 시스템도 붕괴됐다. 수도권 대학의 약진에 지방대는 설 자리가 점차 좁아졌다.
경북대 출신의 한 지역 교사는 "경북대 위상 약화가 지역대학의 위축된 대표적인 사례다. 경북대는 자체 학교 신문이 있었는데 이름이 '경대신문'이었다"면서 "하지만 1980년대 중반 경북대신문으로 변경했다. 이전엔 '경대'라 하면 전국에서 경북대를 지칭했지만, 비슷한 이름의 수도권 대학이 성장하면서 더 이상 쓸 수 없게 됐다"고 했다.
현재 지역 인재들은 서울행만 바라보고 있다. 같은 수준의 대학이라도 수도권 내 학교 출신이 기업에서 더 알아주니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고, 현재는 고착된 상태다.
차상로 대구 송원학원 진학실장은 "지역 대학 경쟁력 약화된 요인은 복합적이다. 성적이 좋을수록 서울 진학을 원하는 학생 수는 증가하고, 지역에선 산업이 위축되면서 인재를 수용할 수준도, 여력도 안 됐다"며 "학생들은 지역 대학을 가도 졸업 후 먹고살 '다음'이 없다고 여긴다.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은 앞으로도 더 가속화될 것 같다"고 예측했다.
◆쿼터제 통한 정주 여건 만들어야
지역 교육계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기대하는 눈치다. 이 프로젝트는 서울대에 집중된 특권을 전국으로 분산시켜 대학 서열화와 대입 전쟁을 해소하자는 취지에서 나왔다. 과열된 대입과 지역 균형 발전 문제를 동시에 완화할 수 있는 정책으로 여긴다. 지역에 서울대급 대학이 있어 청년은 상경을 할 필요가 없고, 경쟁이 완화되니 수험생의 입시 고통과 사교육은 자연스럽게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 교육 현황과 지역 정주 위한 과제 <인포그래픽=생성형 AI>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필요로 하고, 지역별 서울대 간 서열이 발생할 수 있다. 또 많은 대학의 수준을 서울대만큼 끌어올려야 하니 햐향 평준화 문제 등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게 교육계의 의견이다.
양인열 교육강국 대표는 "지역에 서울대급 대학을 육성하겠다는 취지는 좋다"며 "하지만 지역에 대기업이 없고, 무엇보다 서울에 가야만 한다는 인식이 굳어져 있다. 지역 대학 졸업 시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일정 인원 취업 보장을 해주는 '쿼터제'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일부 교육 전문가들은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이라면, '쿼터제'는 지역 인재들의 정주를 위해 필요한 제도라고 여긴다. 현재 지방은 청년 유출로 인구 감소 및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수도권은 젊은 세대들이 대거 몰리는 형국이다. 정부도 인구가 많은 지역을 먼저 지원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차순위인 지방은 지속적으로 쇠퇴하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한 방법으로 인재를 지역에 안착시킬 수 있는 쿼터제가 거론된다.
홍섭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부소장은 "지역 인재가 수도권 대학을 졸업해도 다시 지역으로 돌아올 수 있는 쿼터제가 필요하다"며 "도입 초기에는 30%, 장기적으론 최대 80%까지 할당을 둬야만 지역의 젊은 인재들이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고 조언했다.
김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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