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건: 매버릭' 코신스키 신작…은퇴한 레이서의 언더독 스토리

영화 'F1 더 무비' 속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미국 전역을 낡은 밴 한 대에 의지해 떠돌아다니는 중년 남성 소니. 그의 과거가 포뮬러 원(F1)의 차세대 아이콘으로 기대를 모았던 선수였다는 점은, 지금의 행색으로는 도무지 짐작하기 어렵다.
1990년대를 풍미하던 시절, 그는 이름 있는 레이싱 잡지의 표지를 장식하며 당대 톱 드라이버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한 경기에서 벌어진 참혹한 사고는 그의 선수 생명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이후 트랙을 떠난 그는 택시기사로 생계를 잇거나 도박에 의존하며 간신히 하루하루를 견뎌낸다. 간혹 돈을 받고 경주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이곳저곳을 떠도는 나날이 계속된다.
그의 인생이 다시 방향을 튼 것은 옛 동료 루벤과 다시 마주친 순간이었다. 루벤이 이끄는 팀 APXGP의 일원으로 합류한 그는 30년이 넘는 시간을 건너뛰고 F1 복귀 무대를 밟게 된다. 그의 복귀 여정엔 신예 드라이버 조슈아가 함께한다. 경험과 패기의 충돌로 처음엔 삐걱거리던 이 둘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호흡을 맞춰가며 점차 하나의 팀으로 완성된다.
영화 'F1 더 무비'는 조셉 코신스키 감독이 연출을 맡아, 60대의 은퇴한 레이서가 다시 핸들을 잡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간다. 이 작품은 언더독 서사에 세대 간 갈등, 협업의 힘, 재기의 가능성을 더하고 여기에 팀 기술 감독 케이트와의 인간관계까지 얹으며 스포츠 영화의 전형적 구조를 고스란히 구현해낸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가는 줄거리보다 영상미에 있다. '탑건: 매버릭'으로 하늘 위를 수놓았던 코신스키 감독은 이번엔 지상에서 속도의 미학을 정교하게 담아냈다. 2시간이 넘는 상영시간 내내 관객의 시선을 스크린에 붙들어두는 힘은 바로 생생하게 그려낸 레이싱 장면들에서 비롯된다.

서혜지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