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사에 전념해온 저자
근간 연구성과 가감없이 집성
독자들이 공유·성찰하도록 해

1938년 10월10일 조선의용대 창설 기념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독립운동으로 보는 근대인의 초상/김영범 지음/경인문화사/484쪽/3만6천원
의열단, 조선의용대 등 독립운동사 연구에 전념해온 김영범 역사사회학자(대구대 사회학과 명예교수)가 새 책을 펴냈다. '독립운동으로 보는 근대인의 초상'이다. 우리의 독립운동사에 대한 시민적 관심의 고조에 부응하면서, 특히나 광복 80주년을 맞아 기획해 펴낸 책이다. 저자가 근간에 진력해 온 독립운동가 연구 성과의 집성임과 동시에, 누구든 믿고 흥미롭게 접해볼 수 있을 대중적 독서물로 꾸몄다. 모든 내용과 서술에는 학술적 근거를 분명하게 제시해, 턱없는 과장이나 지나치게 주관적인 억측이 개입할 여지가 없도록 했다.
이 책은 '지사와 혁명가와 여성들'이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일제강점기때 민족을 위해 나선 인물들을 조명한다. 의열단의 민족운동, 개인 단독의 과감한 의열거사들, 무장독립운동과 광복군사운동, 진보적 민족혁명운동의 흐름에 속했던 이들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대구 출신, 여성 운동가들을 소개하면서 의미를 더했다.
책은 백민 황상규, 의열단원 박재혁, 투탄의사 최수봉, 의열단 부단장 이종암, 독립지사 장진홍·박시목, 김교삼·장수연 부부, 독립투사 현정건, 기생 현계옥, 신여성 윤덕경 등 수많은 사람의 행적을 484쪽이 되는 방대한 분량으로 담았다. 저자는 이들 각인의 삶의 행로와 그 특징점들 속에서 근대 한국인의 다면적 초상을 읽어내려 한다. 또 한국적 '근대인'의 어떤 전형성이 그 속에서 일부 구축돼갔고, 그것을 통해 근대인의 이념형도 다분히 성립할 수 있었음에 주목한다.
이 책에는 각 장의 표제에 명기되는 주인공만 아니라, 그와 직·간접의 다양한 관계망 속에 놓여 있던 수많은 인물 군상과 그 이름들이 같이 등장한다. 그들의 빛나는 발자취와 함께 어쩌면 '흑역사'가 될 만큼의 누추했던 이면일지라도 가감 없이 사실대로 엄정하게 밝힌다. 그 앎이 후대에도 공유돼 같이들 성찰해 볼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역사'의 진짜 효용이고 그래서 역사는 준엄한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독립운동가 역시 사람이고, 독립운동도 사람이 하는 일이었다"며 "독립운동 스토리를 탐사해 들여다보노라면, 가슴 아프고 실망스러운 장면들이 부지기수다. 그렇다고 그것들을 그저 피해만 가거나 덮어둘 수만은 없다"고 했다.
한편 저자인 김영범 역사사회학자는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사회사, 역사사회학, 기억사회학을 공부했다. 그 토대 위에서 독립운동사도 연구했다. 저서 '혁명과 의열: 한국독립운동의 내면'으로 독립기념관 학술상을 수상했다. 이밖에도 '한국 근대민족운동과 의열단' '의열투쟁 1-1920년대' '민중의 귀환, 기억의 호출' 등을 펴냈다. 학술 저서로는 '한국 근대민족운동과 의열단'(1997), '한국민족운동사연구'(2003), '기억투쟁과 문화운동의 전개'(2004) 외 다수가 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국가보훈처 서훈공적심사위원회 위원, 제주4·3연구소 이사장을 지낸 바 있다.

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