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의 영화 심장소리] 밥 딜런, 자신만의 별을 찾아서

‘컴플리트 언노운’ (제임스 맨골드 감독·2024·미국)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누구나 알지만 제대로 알지는 못하는 밥 딜런(1941~) 이야기다. 그가 무명이던 1961년부터, 음악적 혁명을 시도한 1965년까지를 다룬다. 개봉관에서 봤을 때, 시대적 분위기와 음악과 배우들의 연기에 푹 빠졌다. 그런데 OTT로 다시 보니, 밥 딜런이라는 인물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서야 토드 헤인즈 감독의 '아임 낫 데어'(2007)가 생각났다. 6명의 배우가 밥 딜런의 각각 다른 자아를 연기하는 영화다. 그만큼 밥 딜런은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다.

영화의 첫 번째 매력은 청춘스타 티모시 샬라메가 밥 딜런을 연기한다는 것이다. 그가 실제로 기타를 치고 노래를 한다. 5년간에 걸친 노력의 결과다. 라이브를 고집했다는 게 놀랍다. 우수 어린 반항아 역할을 노래와 함께 근사하게 표현했다. 또 다른 매력은 젊은 날의 사랑이다. 역시 청춘스타인 엘 패닝이 실비 루소를 연기한다. 실제 연인이자 뮤즈였던 수즈 로톨로가 모델이다. 이루어지지 못한 청춘의 사랑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조안 바에즈, 조니 캐시 등 당대 스타들의 등장도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밥 딜런의 음악이다. 제목인 '컴플리트 언노운'(A Complete Unknown)은 그의 대표곡 '구르는 돌처럼'(Like a Rolling Stone)에 나오는 가사다.

언젠가 도서관에서 밥 딜런 가사집을 빌렸을 때, 책의 두께에 놀랐던 적이 있다. 웬만한 책 다섯 권은 되는 분량이었다. 그가 쓴 노래 가사의 양은 그토록 방대했다. 노벨문학상 수상(2016)에 논란이 있었지만, 그는 대중가수의 차원을 넘어선 존재였다. '딜런학(Dylanology)'이란 학문이 있을 정도니까 말이다. 그를 영웅으로 만든 건 1960년대라는 시대였다. 사람들은 그를 반전운동, 흑인 민권운동의 상징으로 떠받들었지만, 그는 거기에 갇히기를 거부했다. 영화는 여기에 주목한다. 1965년 뉴포트 포크페스티벌에서 통기타 대신 일렉트릭 기타를 메고, 밴드와 함께 록을 노래한다. 포크 관계자들은 경악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고, 관중들은 대부분 환호했다. 그렇게 그는 음악의 역사를 바꿨다. 제목처럼 '컴플리트 언노운(완전히 낯선 자)'로 남을 각오 없이는 불가능했던 도전이었다.

그가 포크에서 록으로, 록에서 가스펠로, 블루스와 재즈로 끊임없이 변신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대중의 기대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충실한, 진정한 아티스트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자기 자신만의 별을 따라가야 한다"고 표현했다. 10번의 그래미상과 풀리처상에 노벨문학상까지 받은 전설의 현재는 어떨까. 궁금해서 근황을 찾아본다. 올해 84세의 그는 화가다. 뉴욕의 유명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했다. 이전의 곡을 새롭게 편곡한 앨범도 냈다. 그는 여전히 변화하고 있다. '천하의 밥 딜런도 이젠 별 수 없는 노인이잖아'란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다.

영화 속 스무 살의 밥이 실비에게 말한다. "자아는 찾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다른 모습으로 바꾸는 거야." 그 말대로 그는 끊임없이 변신한 아티스트이자 작가요, 구도자였다.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은 평생 자신만의 별을 따라간 밥 딜런에 대한 헌사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1965년의 뉴포트 포크페스티벌 공연은 대중가수가 아닌, 아티스트로의 출발이었다. 누구나 알지만, 낯설고 신비롭기도 한 밥 딜런의 삶과 음악을 영화로 즐기기 바란다. 아름다운 배우 티모시 샬라메의 노래는 덤이다.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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