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 대출 6억원 한도 및 주담대 총량 대폭 낮춰
대출 총량 및 디딤돌 등 제한…지방 구축 거래도 ‘찬물’

정부가 수도권 6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 금지라는 초고강도 대출 규제를 내놓은 가운데, 지방 부동산시장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9일 대구 동구 영남타워에서 바라 본 아파트 단지. 이지용기자
수도권 집값 급등세에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즉각적인 대책을 꺼냈다. 이는 6월 서울 5분위(상위20%) 아파트 매매 평균 가격이 31억원을 돌파하는 등 강남을 중심으로 한 고가 아파트를 거액의 대출로 구입하는 길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28일부터 즉각 적용됐다. 하지만 83주 연속 아파트값 하락세를 겪으며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구 등 지방 주택·부동산 시장을 위한 정부 처방은 요원해 지방에 대한 새 정부의 관심이 더욱 요구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27일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으로 수도권과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설정했다. 20억원이 넘는 투자 목적의 고가 아파트를 대출로 매수하는 데 칼을 든 것이다. 또 서울 및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6개월 내 전입 의무를 두면서 '똘똘한 한채'를 찾아 서울 아파트를 매입하는 지방의 투자 수요도 사실상 차단했다. 수도권·규제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가 추가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0%가 적용돼 수도권 다주택자의 주담대가 원천 봉쇄된다.
문제는 이런 대출 규제가 지방 부동산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기존 계획 대비 50% 수준으로 감축키로 해 지방 부동산시장의 영향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디딤돌대출(구입자금)과 신혼부부 대출 및 신용대출 한도를 축소한 것도 지방 부동산시장 거래마저 위축시킬 우려가 나온다.
디딤돌대출은 일반인은 최대 2억5천만원에서 2억원으로, 생애최초 디딤돌대출은 3억원에서 2억4천만원, 신혼부부 대출은 4억원에서 3억2천만원으로 각각 낮아진다.
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 송원배 이사는 "이번에 서민 주거사다리인 디딤돌대출이나 신혼부부 대출 규제도 포함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방의 구축 아파트 거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서울과 다주택자 주담대 제한, 대출 총량 규제 등도 다주택자들의 지방 부동산 매입 또한 차단해 지방 부동산시장이 얻을 반사이익 또한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이번 대출 제한은 전문직 고소득자와 같은 현금 부자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고가 주택에 대한 선호를 낮춰 서울의 집값 오름세가 일부 제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집값 급등에 정부 당국의 '극약 처방'이 나온 가운데 대구는 83주 연속 아파트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상반기 종합건설업 폐업도 20년 만에 사상 최고치까지 늘어날 만큼 부동산경기 침체기가 길어져 지방 부동산시장 활성화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KB국민은행 KB부동산이 29일 발표한 '6월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전국 주택 매매가격 변동률은 지난달 대비 평균 0.14% 상승했다. 서울이 0.93% 상승해 13개월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오름폭 또한 전월(0.50%)보다 확대됐다. 특히 아파트는 1.43% 급등하며 서울 아파트값은 부동산 시장 상승기인 2021년 9월(1.69%) 이후 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대구는 -0.25%, 부산 -0.23%, 광주 -0.13%, 대전 -0.22% 변동률로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서울은 앞으로도 상승전망이 우세했다. 서울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133.9로 '상승전망' 비중이 역대 최고 수준이다. 4개월 연속 기준점인 100을 넘었다. 대구는 97로 기준선 100을 밑돌았다. 100을 초과(미만)할수록 2~3개월 후 상승(하락)한다는 전망이 높음을 의미한다. 서울 5분위 아파트 평균가격은 31억4419만원으로, 사상 최초 30억원을 넘은 지난달(30억942만원)보다 더 늘어 31억원을 돌파하며 지방과 격차를 벌렸다.
송원배 이사는 "서울 집값 급등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가 지방의 지속적인 침체 상황을 보지 못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다.

윤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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