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국민주권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기대

임성무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입 상임대표·대구 화동초등 교사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주권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되고 있다. 선거 기간 중이던 스승의날에 이재명 후보는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를 위한 8대 공약'을 발표했다. 이제 곧 국정기획위원회가 확정하여 발표하면 구체적인 정책으로 드러날 것이다.
교사인 나는 정치기본권도 없어 혹시라도 선거법에 걸리면 어쩌나 겁을 먹고 바보처럼 숨죽이며 대선을 지켜보기만 하느라 정작 교육정책에 대해 할 말이 많았지만, 소리 내어 말하지 못했다. 그래서 근무 시간 외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보장하겠다는 정책이 눈에 확 들어온다. 하지만 나에겐 너무 늦은 정책이다. 내년 3월이면 저절로 40년 만에 정치기본권을 회복하게 되니 그래도 현직교사일 때 정치기본권을 누려보고 퇴직하고 싶다. 또 다른 공약인 시민교육 강화는 정치기본권이 보장되어야만 가능하다. 민주시민은 교육법에 명시된 학교 교육이 길러내야 할 인간상이다. 그런데 기본적 시민권이 없어 제대로 된 시민으로 살아보지 못한 교사들이 시민교육을 감당하기란 힘든 과제였다. 이제 그 어불성설이 해결될 시점에 왔다. 박정희 정부에서 사라졌다가 부활되니 실로 62년 만이다. 시민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학생과 학부모도 중요하지만 먼저 교사들부터 학교 교육의 주체로 자리 잡게 해야 한다. 교사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빨리 학교를 벗어나고 싶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지난주 부산에서 고등학생 3명이 목숨을 버렸다. 동반 사망까지 일어난 뉴스를 보면서 나는 그동안 우리 교육이 무엇을 해왔나 싶어 눈물이 났다. 해직교사가 되면서까지 바꾸고 싶었던 교육혁명을 위한 나의 희생과 노력이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 싶어 한동안 무기력해졌다. 보도를 보면 동반 사망에 이르게 한 원인은 학교재단의 갈등에다 학교 내부의 전횡이 있었고, 이는 안 그래도 입시 부담과 진로 문제로 힘든 학생들에게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안겨 주었을 것이다. 통계를 보면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초·중·고교 학생이 221명으로 역대 최다였으며, 무려 1만8천명이 위험군이고 7만여명이 관심군이라고 한다. 청소년들의 사망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처한 삶의 조건과 학교, 사회, 국가가 함께 만들어 낸 사회적 타살이다. 학생의 정서 신체 디지털 건강 돌봄 지원을 위해서는 심리지원도 시급하지만 근본적으로 입시경쟁 교육을 뜯어고쳐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늘어나는 청소년 자살을 막아낼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입시경쟁을 완화하기 위한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학벌 사회를 극복하고 능력주의를 뛰어넘고 대학 무상화와 평준화로 가는 큰 허들을 넘는 정책이다. 기후위기 시대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생태문명전환으로 가는 생태전환교육의 필수조건이다.
학교에 돌봄 책임까지 맡겨온 정책을 '온종일 돌봄'에서 '온동네 초등돌봄'으로 바꾼 것에 주목한다. 지자체가 돌봄의 주체가 되어야만 한다. 학교에 장례식장만 들어오면 모든 게 다 들어오게 된다는 자조 섞인 푸념이 사라지게 해야 한다. 그래야 교사들이 오롯이 '기초학력 신장 및 학습역량 강화'에 힘을 쏟을 수 있다. 지금 학교는 2022개정교육과정이 도입되는 중이다. 문재인 정부 때 합의되었던 교육과정은 교육목적을 바꾸기 위해 총론부터 바로잡았다. 이제 구성과 의결과정부터 교육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국가교육위원회를 정상화하겠다는 정책은 시급한 과제다.
현재 시끄러운 쟁점은 AI 디지털 교육자료 문제다. 채택률 98%로 전국 최고라 자랑하는 대구교육청은 실제 활용율을 보면 초등기준으로 11%에 그치고 있다. 반면 채택률 8%인 세종교육청의 활용률은 14.8%로 가장 높다. 대구교육청은 여기에 89억원을 책정했으니 실제 재정효과는 10억원도 되지 않는다고도 볼 수 있다. 엄청난 예산 낭비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대구교육청은 새 정부의 교육정책 변화와 현장 교사들의 외면이 실제하는 현실에 대해 책임지고 답해야 한다.
대구시민의 23%만 지지했지만, 미우나 고우나 이재명 정부의 정책은 앞으로 5년간 계속된다. 대구교육이 박자를 맞추며 갈지, 아니면 따로 가게 둘 것인지를 국민주권시대이니 만큼 대구시민들이 결정해야 한다. 교사들도 이젠 비겁과 무기력에 숨지 말고 떨치고 일어나 속 시원하고 당당하게 교육을 책임지는 주체로 나서야 한다. 그리고 시급한 한가지, 노동자가 노동부 장관이 되었듯이 교육부 장관도 교사 경력이 짱짱한 교원 중에서 나오면 좋겠다.

김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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