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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프리카의 막전막후] (하) 무더위가 웬 말, 폭염 속 ‘겨울나기’

2025-07-02 20:06

이월드 83타워 아이스링크장 근로자

영하 6.5도로 유지되는 빙상장 누벼

얼음공장 작업장 안팎도 온도 차 커

급격한 기온 변화에 작업자 피로 누적

2일 대구 달서구 이월드 83타워 아이스 링크장에서 한 직원이 정빙기를 이용해 얼음 표면을 고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2일 대구 달서구 이월드 83타워 아이스 링크장에서 한 직원이 정빙기를 이용해 얼음 표면을 고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연일 '한증막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또 한켠에선 이른바 '겨울 왕국'에서 감기에 걸릴 듯한 추위를 경험하며 묵묵히 일하는 작업자들이 있다. 아이스링크장과 얼음공장 등 듣기만 해도 시원한 풍경이 그려지지만, 이곳은 폭염 속 '겨울나기'가 한창이다. '극 과 극'을 달리는 삶의 현장을 들여다봤다.


◆밖은 찜통더위, 아이스링크장 '온몸이 꽁꽁'


낮 최고기온이 35℃까지 치솟은 2일 오후 대구 이월드 83타워 아이스링크장. 정빙 시간인 1시45분이 되자 두꺼운 패딩으로 중무장한 직원 1명이 정빙차를 타고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에서 10년째 일하는 김대성(54)씨는 이날도 스케이트날에 패이고, 얼음 가루가 쌓인 빙판을 다시 매끄럽게 다듬기 분주했다.


아이스링크장 내부 온도는 영하 6.5℃. 야외 온도와 40℃ 가까이 차이가 난다. 링크장에 들어서면 입김이 절로 나왔다.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으니 15분만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춥다. 오픈 전 500평(1천652㎡ )규모의 링크장 전체를 정빙차가 누비는 데만 30분이 걸려 두꺼운 외투는 필수다. 오픈 후엔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세 차례 15분씩 빙판을 정비한다. 천장이 비칠 정도로 매끄럽게 빙판을 다듬고 난 뒤 링크장 밖을 나서자 김씨 안경에 김이 서렸다.


김씨는 "여름철엔 링크장 안팎 온도차가 심해 천정에 쉽게 물방울이 맺히곤 한다. 떨어진 물방울은 빙판을 울퉁불퉁하게 만들어 빙질관리에 특히 신경을 쓴다"며 "몸이 환경에 적응하다보니 오히려 남들보다 더위를 쉽게 타는 체질로 변했다. 링크장에 있다 야외로 곧장 나가면 어지럼증을 느낀다. 일부러 복도에서 시간을 보내고 밖으로 나가곤 한다"고 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김형준(26)씨도 이같은 환경에 익숙해진지 오래다. 걸어서 출근하는 동안 온몸이 땀에 젖지만, 링크장에 들어서면 10분만에 다시 찬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그는 "우스갯소리지만 무더운 날 시원한 곳에서 일할 수 있어 근무 환경이 만족스럽다"며 "더워지기 시작하니 손님들이 더 많이 찾는 것 같다"고 했다.



2일 오후 2시쯤 대구 서구의 한 얼음공장에서 작업자들이 각얼음들을 포장지에 담고 있다. 구경모기자

2일 오후 2시쯤 대구 서구의 한 얼음공장에서 작업자들이 각얼음들을 포장지에 담고 있다. 구경모기자

◆폭염 속 얼음공장 '엄동설한'


"밖은 '폭염'이지만, 공장은 사계절 내내 '엄동설한'입니다."


오후 2시쯤 대구 서구의 한 얼음 공장. 공장에서 만난 22년차 얼음공장 직원 김성기(47)씨는 두꺼운 겨울용 후드 점퍼를 챙겨 입은 채 말없이 작업장으로 향했다.


작업장 문을 열자 외부의 뜨거운 공기가 단숨에 사라졌다. 실내 온도는 1~2℃에 불과했다. 김씨는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이동 중인 각얼음들을 포장지에 담기 시작했다. 두꺼운 옷을 입었지만, 온몸으로 스며드는 냉기 때문에 땀이 흐를 틈도 없었다. 김씨는 "밖에선 반소매만 입어도 덥다. 그런데 우리는 안에서 계속 얼음을 접하고 있다보니 길고 두꺼운 옷을 안 입으면 몸으로 들어오는 냉기 때문에 버티기 힘들다"고 했다.


폭염 기세가 위협을 느낄정도가 되면서 요즘 얼음 주문량은 급증한다. 일평균 출하량이 다른 계절 대비 2배가량 많다고 한다. 그만큼 작업 속도를 배로 끌어올릴 수 밖에 없다. 그는 "폭염이 심해질수록 얼음 수요가 늘어 작업 시간도 늘어난다"며 "밖에서 일하는 분들이 더 힘들 거라 생각하면서도, 작업하는 내내 기온 차가 급격히 바뀌다 보니 몸에 피로도가 쉽게 가시질 않는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오후 3시쯤 트럭 한 대가 공장 앞에 도착했다. 직원들은 작업장에서 나와 출하장에 멈춰선 트럭에 얼음포대를 옮겨 실었다. 한 포대당 무게는 15㎏ 남짓. 출하 작업 중 뜨거운 열기와 추운 한기가 맞닥뜨리는 상황이 자연스레 연출되면서 작업자들은 땀방울이 맺히고 식기를 반복했다. 김씨는 "한여름이라도 여기선 얼음 때문에 손끝이 금방 얼어붙는다. 장갑을 껴도 오래 일하면 감각이 둔감해진다"며 "바깥에서 물건을 옮길 땐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데, 다시 작업장 안으로 들어오면 땀이 순식간에 마르고 체온이 뚝 떨어지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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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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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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