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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뉴스] “제자 구하려다 순직한 선생님 기리며…” 고사리손들이 마련한 82주기 제사상

2025-07-15 21:33

진량초등 최명진 교사 추도식
해마다 직접 음식 만들어 추모
1997년엔 교정에 추모비도 세워

1943년 물웅덩이에 빠진 제자를 구하려다 순직한 최명진 선생의 82번째 추도식이 지난 9일 경북 경산 진량초등학교에서 열렸다. <진량초등 동창회 제공>

1943년 물웅덩이에 빠진 제자를 구하려다 순직한 최명진 선생의 82번째 추도식이 지난 9일 경북 경산 진량초등학교에서 열렸다. <진량초등 동창회 제공>

"최명진 선생은 우리 학교의 전설입니다. 자신의 목숨을 바쳐 학생을 구하려 한 선생님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자들이 직접 고사리손으로 음식을 만들어 제사를 지냅니다." 지난 9일 경북 경산 진량초등학교 내 '최명진 선생 추모비' 앞에는 과일·떡·꽃으로 차려진 제사상이 놓여 있었다. 제자를 구하려다 순직한 최 선생을 기리는 추도식은 올해로 벌써 82번째를 맞았다. 현금환 교장과 교직원, 김동면 동창회장과 회원, 그리고 학생들이 참석했다. 현 교장이 추도사를 읽어 내려갈 땐 어린 학생들 모두 숙연한 표정이었다.


대구에서 태어나 광복 직전이던 1943년 진량초등학교에 부임한 최 선생은 당시 1학년 담임을 맡았다. 가뭄이 심했던 그해 여름, 학교 인근 토산못에는 여기저기 물웅덩이가 생겼다. 7월9일 체육수업을 마친 최 선생은 땀에 젖은 아이들을 데려가 한 명씩 몸을 씻겼는데, 한 아이가 실족해 그만 깊은 웅덩이에 빠졌다. 이를 본 최 선생이 웅덩이에 뛰어들었지만 제자와 함께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의 나이 26세였다. 제자들은 이듬해부터 순직한 최 선생을 위해 직접 음식을 만들어 제사를 지내왔다. 1997년에는 제자들이 기금을 조성해 교정에 추모비를 세웠다.


물웅덩이에 빠진 제자를 구하려다 순직한 최명진 선생 추도식에서 학생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진량초등 동창회 제공>

물웅덩이에 빠진 제자를 구하려다 순직한 최명진 선생 추도식에서 학생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진량초등 동창회 제공>

올해 추도식에 참석한 49회 졸업생 이경희(62)씨는 "지금은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초등학교 6학년 시절 학생들이 집에서 부추와 감자, 과일 등 음식 재료를 가지고 왔고, 숙직실에서 선생님 지도하에 여학생들이 직접 전을 부치고 음식을 장만해서 제사를 지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교 100년사 편집을 위해 당시 1학년 학생이었던 채형락(89) 선배를 만나 구술을 들었는데, 장례식은 학교장으로 치러졌고 전교생과 학부모, 인근 학교 선생님들도 참석해 애도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술회했다.


인근 지역에서 교직에 몸담아 오다 교장으로 퇴직한 김동면 동창회장은 "올해로 82회째를 맞는 추모식이다. 그때 직접 음식을 만들고 제사를 지내던 제자들도 이제 나이가 들어 대부분 돌아가시고 한두 분만 계신다. 생전의 제자들이 주축이 되어 모금하여 추모비를 세웠다. 선생의 추모식 때면 찾아 오는 제자들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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