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병문 시의원, 특이재난 취약지역·계층 보호 위한 정책 마련 촉구
하병문 대구시의원
"산 아래 아파트 단지까지 연기가 자욱했어요. 불길이 고속도로를 넘어올까 봐 짐 챙겨서 대피소로 가는데, 정말 우리 동네가 다 타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지난해 4월, 대구 북구 함지산에서 발생한 산불 당시 서변동 아파트 단지에서 대피했던 주민 박 모 씨(52)는 지금도 산 쪽에서 연기만 나면 가슴이 철렁한다. 건조한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번진 불길은 도심 아파트 턱밑까지 육박했고, 5,600명이 넘는 주민이 가슴을 졸이며 집을 떠나야 했다.
대구시의회 하병문 의원(북구4)은 18일 열린 제318회 임시회 5분 자유발언에서 함지산 산불을 단순한 화재가 아닌 이상기후가 낳은 '특이재난'으로 규정하며 대응을 촉구했다. 하 의원은 "당시 발생 2시간 만에 국가소방동원령과 대구시 산불 대응 3단계가 동시에 발령될 만큼 상황이 급박했다"며 기존 매뉴얼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재난 환경 변화를 지적했다.
함지산 산불은 축구장 360여 개 면적인 약 260ha를 태우며 대구 도심 산불로는 역대급 규모를 기록했다. 특히 산불이 발생한 지점이 입산 통제 구역이자 정규 등산로가 아닌 사각지대였다는 점은 감시 체계의 허점을 드러냈다. 하 의원은 "기존의 경험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산사태 등 2차 피해를 막기 역부족"이라며 선제적인 시스템 정비를 주문했다.
하 의원은 재난 상황에서 정보와 이동 수단이 부족한 '안전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함지산 인근 조야동과 노곡동 등 자연부락에는 고령층이 밀집해 있어, 긴박한 대피 명령 상황에서 자칫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뻔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대구시에 △특이재난별 취약지역 전수 발굴 △취약계층 전담 보호 대책 수립 △산사태 위험 지역(함지산 내 9개소 등) 안전 점검 강화를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특히 불에 타 지반이 약해진 산림은 여름철 집중호우 시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지므로, 이에 대한 응급 복구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다.
대구시는 이러한 지적을 수용해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정책 정비에 나섰다. 시는 그간 환경수자원국 소속이었던 '산림녹지과'를 재난안전실로 이관하고 '산림관리과'로 명칭을 변경해, 산불 예방과 대응 체계를 재난 컨트롤타워로 일원화했다.
또한 2026년 주요 업무 계획을 통해 'AI 기반 선제적 재난 대응 체계' 구축을 선언했다. 지능형 CCTV를 활용해 산불 발생을 초기에 감지하고, 재난안전기동대를 신설해 현장 지휘 역량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하 의원은 "대구는 지형 특성상 기온이 높고 건조해 산불과 폭염 등 기후 재난에 더욱 취약하다"며 "행정이 변화된 재난 환경에 한발 앞서 대응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진식
정치 담당 에디터(부국장)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